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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yoon Kim Dec 15. 2024

삶을 묻히는 사람

2004년 1월 오프닝 멘트


옷소매에 분필가루를 묻히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수업하는 선생님.

참 아름답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칠판앞에서

아주 신경질적으로

분필가루를 톡톡 털어낸다면

교실분위기 썰렁할꺼예요


긴머리의 젊은 여인이

머리카락에 흙을 묻히고

다니는거 본 적이 있어요

도자기를 배우는 학생이래요.

그 흙묻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에 정은임입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흙을 묻히는 것은 당연하고

생선만지는 사람에게서 비린내가 나는 게 당연하죠.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사람,

혹은 백화점 1층같은 향기만 풍기는 사람.


그런 사람들보다는요.

삶을 묻히는 사람,

뭔가 냄새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는

그런 사람들의 해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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