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아트릭스 May 06. 2020

제8요일

주인공의 날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을 통한 영화보기가 늘어나 넷플렉스를 비롯한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나는 공중파에서 하는 세계의 명화와 일요 명화를 찾아 보았다. 근 6년째 TV를 거의 보지 않는(두세달에 한번 TV 전원을 켜려나…) 나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일과였다. 


제8요일은 프랑스 영화다. 

이 영화는 예전부터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목록 중에 하나였는데 왜 그 목록에 이 영화를 넣었는지의 이유도 이제는 가물거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여서 그런 것일까?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의 문제를 다룬 영화여서 그런 것일까?


영화는 정신지체아 조르주(프랑스식 발음)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한 7일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7일 이후 제8요일에 하느님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하루를 넣어놓는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나탈리가 발레 수업을 하는 곳으로 가 그 모습을 본다.


파리의 한 강연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은행원 아리(역시 프랑스식 발음)가 세일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그는 세일즈맨의 기본과 세일즈 세계에서 성공하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아리는 아내와 별거 중으로 그의 아내가 왜 자신과 헤어지려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 달에 한번 두 딸을 만나는 아리는 아내가 딸들을 데려다 줄 수 없고 본인은 강연시간과 일정이 꽉 차 기차역으로 아이들을 마중 나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기차역에서 아빠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오후 8시가 넘어가면서 다시 기차를 타고 엄마에게로 돌아간다.


회의 마치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생각한 아리는 기차역으로 향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떠나고, 다시는 아빠를 만나지 않겠다는 아이들의 얘기를 아내로부터 전해 듣는다.


교통지옥인 러시아워의 출근시간대를 지나면서 바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주말 밤, 비 오는 도로에서 아리는 운전대를 놓고 눈을 감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아리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려는 충동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모두 가족에게 돌아가는 주말, 자신을 집으로 데려 갈 가족이 오지 않아 무작정 장애인 시설을 나온 조르주를 차로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


순간 아리의 자동차는 무엇인가를 들이받고 급정차 한다. 놀라 비 오는 도로로 나간 아리는 도로에 쓰러진 개를 발견한다. 조르주와 함께 시설을 나선 개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개를 트렁크에 실으려는 순간 조르주가 나타나고 아리는 조르주를 차에 태운다. 


이렇게 둘은 만나고 아리에겐 원치 않는 동행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았으나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퀴즈를 맞추고, 지나가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손으로 욕을 하고, 식당에서 만나는 웨이트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조르주를 보며 아리는 그를 빨리 집으로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조르주가 집이라고 주장한 그림속의 집은 엄마와 함께 살던 집으로 그의 엄마는 이미 5년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현재 거주중인 집의 주인으로부터 누나의 주소를 확인받아 누나의 집으로 향한다. 


동생 조르주로 인해 어린시절을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누나와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매형으로 인해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하는 조르주. 그를 다시 시설로 데리고 가는 아리.


조르주를 시설로 돌려보내러 가는 중 아리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장모의 집으로 가지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로 인해 충돌이 일어난다.


절망에 빠진 아리는 다시 돌아서고, 조르주는 시설로 돌아간다.


조르주는 시설에서 미술관 견학을 하는 날 친구들과 탈출을 시도하여, 자동차 전시장에서 승합버스를 훔쳐타고 아리의 강연장으로 간다. 아리는 강연장에서 준비한 폭죽을 가지고 조르주와 친구들의 차를 타고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의 집으로 향한다.


밤, 놀이공원의 놀이시설에 몰래 침입하여 회전목마를 타고 노는 조르주와 친구들, 바닷가 아내의 집 앞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딸의 생일을 축하는 아리와 조르주.


그러나 그들의 일탈과 소동은 곧 출동한 경찰로 인하여 진압되고, 아리는 일상으로, 조르주는 시설로 돌아가야 하나 조르주는 아리의 회사의 옥상 향한다. 조르주의 손에는 아리가 사주었던 그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들려있다. 초콜릿 알러지가 있는 조르주는 초콜릿을 먹고 환상을 보며 옥상 끝에서 지상으로 자유로운 새처럼 낙하한다.


아리가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출근하던 길에는 아리와 같은 자세의 직장인이 차의 경적을 울리며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아리는 그 옆 인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청소차에 청소부와 쓰레기를 함께 운반하며 예전의 초조하고 불안하던 모습과 달리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그리고 바뀐 장면에서 아리는 두 딸과 푸른 초원에서 하늘을 보며 웃고 있다. 처음 조르주가 제8요일에 그의 날을 만들었던 것처럼 자신의 8요일을 얘기 하면서…


조금은 엉뚱하고 실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조르주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면서도 그의 순수함에 야멸차게 돌아서지 못하는 아리가 이해되기도 한다.


아리는 조르주의 행복한 집으로 가는 길의 동행자로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나무와 호흡하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여유를 찾는다. 그것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신의 성공을 뒤로하고 달려가는 부정으로 이어져 자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행복한 아빠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유기적으로 배우고 도우며 살아간다. 여러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중에는 나의 스승이 있듯이..



조르주는 아리를 자신의 집사라고 생각하는 듯 행동한다.


서로가 의지하는 사람.


들판에서 곤충을 보고 하늘 바라본다.  자연을 느끼며 여유를 맛보는 시간이다.
프랑스어의 영화 포스터. 한글판보다 색감이 좋다.


* 사진은 다음에서 다운받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