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하여 콘텐츠 산업이 성장했다고 한다. 나도 이 기류에 편승하여 넷플릭스를 가입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자의에 의한 것보다는 타의에 의해 시청하게 된 것이 지금껏 시청하고 있다.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는 핸드폰을 옆에 놓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여 확인하고 다시 마트로 간 시간이 불과 15분여... 그 사이 20대 초반의 여성이 핸드폰을 가지고 갔다. 경찰에 신고하고 CCTV를 확인하여 범인을 잡았다. 분실한 핸드폰을 찾아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지고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믿기에는 USIM 칩도 메모리 카드도 모두 빼고 연락 두절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 신빙성이 없다.
빠르게 신고하고 CCTV 덕분에 핸드폰을 찾았지만 남의 손을 탄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기종도 보급형으로 내가 원 하는 사진 촬영이나 여타의 작업이 잘 되지 않던 차에 핸드폰을 바꿀 구실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최근 기종으로 변경하니 그 혜택으로 넷플릭스 4개월 무료 이용권이 생겼다. 물론 이것이 모두 핸드폰 요금에 포함된 가격이지만...
그래서 시청하게 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보통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색채가 순하고 눈이 편한 파스텔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은 그 색채가 강렬하다.
TV 시리즈는 채도가 높은 무채색에 가까운 색을 주로 사용하는 혈귀가 나오는 장면과 원색을 위주로 한 인간들이 나오는 장면을 구분한다. 극장판 "무한 열차"편은 그 긴박함과 간절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인지 원색을 사용하여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 색채만으로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게...
탄지로는 숲에서 숯을 굽는 집안의 장남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업을 이어받아 어머니와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마을로 숯을 팔러 갔다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니 혈귀들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했다. 그중 여동생 네즈코가 아직 죽지 않았으나 혈귀가 되었다. 네즈코는 처음에는 오빠인 탄지로를 공격하지만 탄지로의 사랑, 가족의 사랑을 기억하고 내적 갈등을 하게 된다. 이때 귀살대 기유를 만나기 되고, 그의 추천으로 탄지로의 첫 번째 스승 사콘지를 만난다. 사콘지는 "인간을 네 가족으로 여기고 그들을 지키라"는 암시를 네즈코에게 주입시키고, 그로 인하여 네즈코는 오빠와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혈귀의 특징인 흡혈을 억제할 줄 알게 된다. 낮에는 오빠인 탄지로가 가방에 넣어 메고 다니며 그 안에서 자고(혈귀의 특징 중 하나인 햇빛을 볼 수 없다.), 밤에는 깨어 있지만 다른 사람을 혈귀로 만들 수 없도록 입에 재갈(?)을 물고 있다. 오빠인 탄지로가 혈귀와의 싸움에서 위험에 처하면 가방에서 나와 도와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극장판 "무한 열차"는 TV 시리즈에 이어 주인공 탄지로가 동생 네즈코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한 여정의 한 과정이다. TV 시리즈를 보지 않고 극장판을 본다면 그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지 않으나 왜 탄지로가 귀살대가 되었고 무한 열차를 타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여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실제로 극장에서 영화 관람 중 함께 온 가족에게 장면을 물어보는 관객이 있어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무한 열차는 탄지로가 귀살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탄 열차이다. 탄지로는 귀살대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네즈코를 인간으로 다시 살리기 위해 그녀를 혈귀로 만든 무잔의 부하들을 찾는다. 혈귀들은 이 열차의 승객들을 혈귀로 만들려 하고, 탄지로와 그의 동료 젠이츠, 이노스케, 귀살대의 염주 렌코쿠 코쥬로가 그들의 계획을 막으려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염주 코쥬로가 사망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귀멸의 칼날은 현재 시리즈 중 시즌 1편만이 방영되었고 시즌 2편이 올해 하반기에 상영된다고 한다. 그 사이에 극장판 "무한 열차"가 나온 것이다.
시즌 1에서는 탄지로가 귀살대가 되는 과정, 귀살대로써 임무를 수행하면서 만나는 혈귀와 이를 무찌르는 여정이 나오고, 네즈코를 사람으로 들리려는 탄지로와 그녀를 혈귀로 만들려는 혈귀의 집단(상현, 하현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즌 2편을 기다리게 되고 극장판도 관심이 갖게 된다.
비 오는 3월의 토요일 저녁.
코로나로 인하여 극장에서 영화 관람은 생각하지도 못하던 차, 무슨 생각으로 영화관을 찾아 귀멸의 칼날을 봤을까? 4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무엇에 홀린 것일까? 네즈코의 사랑스러움에 이끌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