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는 각자에게 적합한 국가 안보 전략을 갖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스위스는 중립국 모델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지켜냈다. 영국은 영연방을 통해 구식민지 국가들과의 원만한 관계와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라는 과거로 군사력으로 국력을 보강하는 데에는 한계를 갖지만 막강한 경제력으로 유럽연합 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렇듯 국가 안보 전략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국의 상황에 맞는 국방 및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유와 번영은 튼튼한 한미 동맹에 기초한다. 북한의 핵 위협 및 그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하급수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것이 주한 미군의 존재다. 외국의 투자자들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한국에 존재하는 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 한국민은 6.25 전쟁에서 미군의 희생과 도움으로 한반도의 반이라도 찾고 이제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와 민주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한국 젊은 남성들은 분단의 이유로 징병을 당하고 있지만 그 외 한국민들이 분단으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은 전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단은 행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한미 동맹을 폐기하고 자주국방을 실현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미 동맹은 굴종적인 관계이며 다른 나라와의 대등한 외교 관계도 방해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자주국방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지적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는데 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미국 측에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한미 동맹 자체가 한국에게 적합한 안보 전략이라는 ‘자주적’ 판단하에 기초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에게 적합한 안보 전략은 바뀔 수 있다. 그것이 반동 맹파의 대등한 외교 관계를 성립하자는 두 번째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이 없는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의 위협에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여건을 조성한다. 북한이 핵으로 남한 국민 전체를 인질로 잡으면서 더 많은 대북지원을 요구할 때 어떻게 국익을 지킬 것인지에 그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자유주의 우방국인 일본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에서 반일은 지배적인 정서이며 미국의 중재와 압력으로 한일 관계는 유지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와 개인의 자유,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적 번영, 시민의 민주적 권리와 참여 등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내 정치 등의 이유로 동맹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적 사고를 미국에 위임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외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지난 70년 간 번영을 약속해온 키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고 해도 그 대안은 가까운 자유주의 국가와의 안보 협력 및 동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