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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 May 16. 2024

대학교 3학년, 내가 뉴욕에 간 이유

퇴사자의 글쓰기

커리어를 돌아보고 정리를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보니 인생 전체를 회고하는 큰 작업이 될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는 어떤 길을 걸었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방향성을 잡는데 중요한 계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천천히 그 시간을 음미할 기회다.


딸에게 해주고 싶은 순도 100% 리얼한 이야기, 회사에서는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인턴들에게 아낌없이 들려주던 ‘사회생활 그 날 것’에 대해 글로 풀어보려 한다.


사실 대학교보다 더 위로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어려서부터 ‘외국’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궁금했고, 나라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알고싶었던 거다.


중학교 3학년, 본교 출신 외고 재학중인 선배들이 학교 설명회차 방문한 적이 있다. ‘외국어’고등학교도 그런 차원에서 내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앞뒤 재지 않고 ‘그냥’ 결정했다. ‘엄마, 나 외고에 가야겠어!’


태어나 처음으로 나 스스로 도전한 일은 꽤 성공적이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외국, 해외’에 대한 로망 실현에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시작이었다. 우리는 영어과, 일본어과 등 전공마다 원어민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학교에서 다양한 언어권의 원어민 선생님과 생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대학에 갈때도 나는 ‘중어 중문학’을 선택했다. 역시 ‘외국’어 전공이라서…? ㅎㅎ 여기부터는 얘기가 좀 달라지긴 하지만, 여튼 그 맥락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덕분에 일본어, 중국어 그리고 언어가 품는 문화와 사람들까지 조금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니.


그럼 대체 내가 대학교때 뉴욕에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챕터의 제목이 이거였다!)


첫째, 섹스앤더시티의 그 도시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당시 인기 있던 미국 드라마의 배경지라서가 아니라, 커리어우먼들이 일을 하며 세상을 헤쳐 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멋져 보였다. 공부든 일이든 일단 내가 좋아서 좋아하게 된 다음에 시작한 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는 건 어쩌면 그 후 내가 십수년을 일하게 한 시발점, 원동력이라해도 과언이 아닐테니 말이다.


둘째, 일본어, 중국어보다 역시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그렇게 부모님을 설득했다. 아마도 그 논리는 나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가려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 나는 ‘영어’를 해야 한다고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다. - 당시 대부분의 과 친구들, 선배들은 중국으로 어학연수, 교환 학생을 준비했었다. 미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뒤 부모님께 바로 ‘통보’한 것은 물론 아니다. 약 1년쯤인가 과외를 해서 열심히 돈을 저축했고, 얼마간의 목돈이 마련 되었을때 예산(?)을 따기 위한 피티(?)를 한 것이다. ‘저는 이러이러한 계획으로 미국에 가고자 하며, 비용 마련을 위해 그간 이런이런 노력을 해서 일부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셋째, 친구따라 강남 가기. 성향상 주변에 똘똘한 친구들이 있으면 선생님보다 먼저 가까이 있는 그들에게 뭐든 배웠다. 모르는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 특정 과목의 공부 방법을 뜯어 고쳐야겠다 싶으면 전반적인 컨설팅까지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그 중 한 친구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했을때 나에게도 딱 그 타이밍인 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이 있었다. 저 친구가 간다면 나도 가야지! 나도 해야지!


결국, 대학교 3학년 가을 시카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도착 후 2달쯤 뒤 꿈에 그리던 뉴욕을 누빌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욕망이 생긴다면 그건 좋은 신호다. 내 삶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살아보니 좋은 것도 없고, 하고싶은 일도 없는 상태는 건강하지 못할 때였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고. 이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와는 다른 이야기다. 그저 나에게 작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무언가 있고 그걸 발견하는 일 자체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무언가 내 마음을 빼앗고, 설레게 한다면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줘야 한다. 그게 나 자신이건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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