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의 글쓰기
워킹맘이 되고부터, 그러니까 아이가 생긴 후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새 식구가 된 아이를 위한 가구부터 각종 육아 용품, 그리고 그들의 교육까지 선진 문화에 대한 동경이었을까? 유럽보다는 조금 더 멀게 느껴졌던 '북유럽'을 꿈꾸게 된 건 어쩌면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모든 걸 뒤로하고 이직한 곳은 바로 노르웨이 관광청이다.
노르웨이....
내가 노르웨이에 대해 그동안 알았던 건 무엇이었을까?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던 노르웨이 그리고 여행 업계를 향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주한 외국 관광청은 각 나라, 도시마다 조금씩 그 역할이 다르다.
당시 내가 몸담았던 곳에서 가장 주요한 업무는 b2b를 대상으로 여행지로서 노르웨이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가능한 많은 매체에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보도자료나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담당자들과의 스킨십을 이어갔다. 그중의 꽃은 노르웨이 현지에서 열리는 워크숍이었다. 나는 노르웨이 관광청 한국 담당자로서 국내 유수의 여행사, 미디어, 항공사 관계자와 함께 직접 노르웨이에 방문해 현지 서플라이어들과의 만남을 갖고, 여행 상품으로 기획할만한 곳들을 미리 둘러보는 팸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른 한 축으로는 국내 여행사(랜드사)와 함께 노르웨이 여행 상품을 지속적으로 기획, 개발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이 있다. 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여행객들을 많이 보내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으로 운항하는 '직항' 항공편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항공사와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이 SNS나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언론사(신문 기사)나 TV 등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단연 막대했다. 개인적으로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의 미팅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노르웨이에 아무 연고도 없던 내가 홍보 담당자가 되어 그곳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실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본래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과정을 진심으로 즐겼다. 이직을 통해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며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서울 시청 한복판의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노르웨이 본청 직원은 물론 현지 공급업체들과의 협업을 이어가며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내겐 매력적이었다. 전과 다르게 다양한 관계자들과 접점을 만들어가며 사무실보다는 대외적으로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고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개인적인 성향, 적성에 딱 맞았던 터라 비로소 물 만난 고기처럼 커리어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했던 무언가가 ‘업’이 되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삶과 일의 경계가 무색해지는 경험은 실로 짜릿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이후 업무 확장성이나, 커리어 전반의 터닝 포인트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
역사가 그렇듯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재평가되기도 하는 법이다. 이직을 앞두고 숱한 고민에 꽉 막혀있다 생각이 든다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는 어떤 게 있을지 나무보다는 숲을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