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의 글쓰기
내가 몸담고 있던 관광청 회사는 노르웨이 외에도 멕시코, 독일, 핀란드 로바니에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 다른 몇몇 지역을 담당했다.
이 많은 국가, 도시들을 모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일'로써 각각의 여행지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탐색하는 일은 정말이지 매일이 새롭고 즐거웠다.
산타의 고향 핀란드 로바니에미, 뻐꾸기시계와 블랙포레스트 케이크가 시작된 독일의 블랙포레스트, 멕시코 데낄라는 각각의 브랜드 뒤에는 특정 가문이 존재한다는 사실, 음악의 도시이자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지인 잘츠부르크 등. 그들만의 브랜딩을 기반으로 뉴스레터나 보도자료등을 만들며 그 스토리에 누구보다 빠져들고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단일민족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각각의 나라 사람들을 모두 만나게 될 기회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꼭 해외 출장이 아니더라도 한국 마켓을 두드리러 온 본청 담당자들 덕분에 직접 만나 친밀하게 공감하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다. 가령 각종 워크숍과 박람회, 세일즈콜, 본국의 기념일들을 함께 축하하며 대사관저나 호텔 등지에서 열리는 파티로 이벤트가 끊이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듯 관광청 직원으로서 그들이 한국 시장에 알리고자 하는 가장 좋은 맛, 가장 매력적인 요소들을 늘 가까이에 둘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특히 멕시코 일을 하기 전까지 나는 멕시코 음식과 데낄라가 이렇게나 맛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 겨울, 멕시코 대사관과 함께한 year end party를 잊을 수가 없다. 멕시코 사람들의 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아치 공연과 함께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자 저마다 흥에 겨운 사람들이 모두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문화는 다소 점잖고 딱딱한 구석이 있지 않은가. 특히 사회적 활동 중에 동료(?)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니..내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돌이켜보면 관광청에서의 업무 경험은 후에 여행 에디터가 되고서도 큰 자양분이 돼주었다. 깊이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멕시코. 여행지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들만의 정서도 인상 깊게 남아 후에 여행 지면 1면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을 모티브로 기사를 내기도 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8512752
멕시코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들을 홍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던 아루뚜르가 생각나는 오후다. 그의 가족 모두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할 정도로 가장 친근했던 파트너 중 하나다. 오랜만에 안부 메시지를 보내봐야겠다! 여전히 Hola~하고 하이 텐션으로 답이 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