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일보의 인터넷 판에 대문자로 "진도 7, 해성 원자력 1호기, 30미터 쓰나미에 속수무책 당하다"가떴다. 내가낙동일보사회부기자로출발한 지20년 차에접어든 2026년 3월 11일오후 2시 46분에한반도의남동부해안, 월성에서 20키로동쪽 해상, 심도 30킬로미터지하에서가공할지진이발생한것이었다. 15여 년 전,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를떠올리게했다.
모든 것은 예견되었고, 정부의 매뉴얼도 관련부서간의 업무협의로 완벽하게 준비되었고, 일반 국민들도 그 내용 정도는 이미 숙지되었다. 유치원생들에게 물어도, "머리를 이렇게 두 팔로 감싸고요, 잽싸게 책상이나 식탁으로 기어들어가 지진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어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안전의식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학생이나, 회사원들도 가방 안에는 간이 후라쉬나, 호루라기, 마스크, 휴지 등이 들어 있어 만약의 경우에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한 변화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한국인들에게는 산 교훈으로 남아 있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피신할 때는 바람의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피신해야 한다.
원전에서 적어도 30킬로미터는 단시간에 벗어나야 된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30분내로 해발 50미터 이상의 고지대로 피신해야 한다.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왜냐하면, 최근에 일본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시 여파로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판이 북미판에 5센티미터나 밀려고 난 후, 중소 규모의 여진이 경주 인근 지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또한 최근에 양산단 저층이 발견되어 원전 지역위로 지나간다는 끔찍한 조사 결과가 며칠 전에 발표되었지 않은가?
편집장이 "강 기자, 지금 즉시 월성으로 달려가서 원전 이상 유무를 확인 후 기사 발송하도록!" 나는 대답과 동시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대구에서 해성원자력발전소까지는차로 50분 거리다. 신나게밟았다. 내차는 4륜 구동 지프차다. 차 트렁크에는 이미방독면, 방사능측정계, 방독복, 오염원세수 물까지환경에관한 한모든장비가완벽하게준비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유자재로 하늘에 띄울 수 있는 "드론"도 한 대, 시료채취 도구-비이크, 장화, 특수장갑, 그리고 나의 애견 "진달래"도 함께 간다. 일본후쿠시마원전사고 후의 수습기사로 국제 팬클럽의 상을 받았다.내가 낙동강에 설치된 달성의 보를 허무는데 공헌한 한방이 기사 "달성보는 왜 무너 뜨러야 하나?"로 인터내셔널 크린환경실천연합회로부터올해의최고상"에코크린"상까지받은나였다.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발로 취재하였었다. 취재할 때, 어디든지 보여 주기만 하면 어디든지 통과할 수 있는 정부의 특수 마패 " 골든 팬클럽 회원증"도 목에다 걸었다.
내가 해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반도일보의 '하마' 김기자, 컷트일보 '빈대' 송기자가 정문에서 경비원들과 뭔가 다투고 있었다. 쟁쟁한 취재 경쟁자들이었다. 하도 자주 보니 이제는 서로 별명으로 통했다. "어, 돋보기도 왔네" "야, 냄새는 기가 차게 잘 맡네" 그것이 우리들 인사였다. 우연하게도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 사이였다. 발전소 소장이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렸다는 것이었다. "왜?" 상황은 심각하게 치닫고 있었다.
이어 정말로 큰 "Big One"이 강타했다. 진도 7은 예비 지진이었다. 본진이 지축을 흔들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휴대폰 화면에서는 '진도 9, 월성 앞바다 동쪽 10 키로 지점, 진앙지 깊이 10킬로미터'란 자막이 흘러갔다. 경비실에 불이 나갔다. 원전지역에 정전이라니.
돔형의 지붕에서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도로의 아스팔트 포장이 누룽지처럼 갈라지고, 들고 일어났다. 멀리서 산의 한 면이 떨어져 나가 흙과 암석의 단면이 드러났다.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것이었다. 해성 원전이 비활성 단층지대에 건설된 것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땅속 일은 그 누구도 몰랐다. 다만 추측할 뿐. 그것은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을 때만이 증명될 수 있는 그런 성징의 것인데, 눈앞에 그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미 원전의 돔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지진의 충격으로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이 안 되어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일이 눈앞에 재현되고 있었다.
도로와 전신주 파괴로 구리 원자력으로부터의 비상이 송전 시스템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을 안 한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로를 식혀 주는 냉각기능이 마비된다면? 수소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해서 원자로가 녹아내린다면? 그것은 상상하기에도 무서운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충격으로 경비실 옆의 보도 블록에 주저앉아 있는데, 집체만 한 파도가 들이닥쳤다. 사십 년 전에 지을 때는 진도 7에 파고 6미터를 최대치로 보고 설계된 원전에 거대한 파도가 덮쳤다. 태평양을 항아리 크기로 보면 동해는 커피잔 정도로 작아, 쓰나미가, 그것도 30미터짜리가 바로 밀어닥쳤던 것이다.
"튀어라!" 빈대가 말했다. 우리는 해성원자력 발전소 뒤의 월성산을 향해 뛰었다. 문제는 하마였다. 기우뚱기우뚱하면서숨을컥컥거리며따라오고있었다. 월성산꼭대기까지어떻게기어올라갔는지기억이없었다. 월성산정상에서바라다본월성 발전소는배와쓰레기에뒤덮여있어, 그곳이발전소였는지도무지믿어지지가않았다. 배가발전소돔에걸려있었다. 거대한쓰나미가방파제를밀어붙였고, 배를, 집을, 사람들을태우고농경지를가로질러평야지대로진격하고있었다. 거칠것이없었다. 그무서운힘이, 에너지가어디서나오는지믿을수가없었다.
한편 정부의 중앙대책본부에서는 대통령 주재하에 사고 수습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 후 언론에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국민은 원전 사고 발생 지역으로부터 반경 50키로 미터 밖으로 신속히 벗어날 것.
2. 원전 근무자는 즉시 원대 복귀할 것
3. 전국의 모든 원전 가동을 즉시 중단할 것
그리고 시시각각 방사는 오염 수치가 공표되었다. 월성 인근에서 측정된 방사능량이 시간당 10.3시 바트(sv)로 약 6분간 노출될 경우 구토 등 급성 증상이 나타나고, 1시간 노출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뉴스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중대본의 발표가 있자,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부산, 대구 지역 주민들이었다. 모든 교통은 마비되었다. 철도와 고속도로, 국도가 젓가락처럼 휘어지고, 가마솥 누룽지처럼 아스팔트가 들고일어나고, 교량들이 교각에서 강, 하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들은 간단한 등산용, 학생용 가방을 메고, 서북방향으로 걸어서 또 걸어서 대 이동을 했다. 광주와 대전, 서울의 호텔은 물론이고 여관도 이미 피란민으로 가득 차서, 한강 고수부지에 텐트촌이 들어섰다.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뚜껑이 있는 올림픽 체육관은 차라리 호텔이라고 부를만했다. 이때는 벌써 서울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진도 8의 여진이 해성원자력 발전소를 붕괴시켰다.
일본은 인천항에 자국민 수송을 위하여 자위대의 항공모함을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띄웠다. 한국 정부에서 강력한 항의를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은 한반도 전시 매뉴얼대로, 전세기를 띄워, 미국인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하였다. 한국민들이 도망가는 외국인들을 "18계 족"이라고 비아냥하고 욕하였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필리핀 쪽에서 태풍의 씨앗이 생겨 북상하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기겁을 하였다. 진로가 한반도 남쪽을 거쳐 휘돌아서 일본 열도를 덮친다는 일기예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편서풍, 즉 시계 방향으로 휘돌아 쳐서 동경을 강타하는 경로였다.
쓰나미가 썰물 때에 맞추어 수위가 낮아졌다. 한데, 구리원전 발전소로 몸을 피했던 해성원전 직원들이 원대복귀 명령에도 돌아갈 생각을 않고 있다는 보고가 대통령에게 들어왔다. 격노한 대통령은 지금 즉시 원대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구속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하달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갖은 핑계를 대며, 머뭇거리고 사지로 뛰어들려고 하지 않았다. 우선 육군의 특수부대, 최정예 방사능 대응 부대를 투입시켰다. 원전소장이 앞장섰다. 용광로에 냉각수가 투입되고 있는지의 확인이 가장 중요했다. 생각나는가? 후쿠시마에서 벌겋게 오염된 방사능 웅덩이에서 양동이로 방사능 물을 퍼내던 그림을! 그것이 월성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구리원전에서 보내져 오던 송전은 단선된 지 오래고, 비상 발전기를 3대나 더 비치하였지만, 모두 쓰나미에 휩쓸려가서 월성 평야의 끝자락에서 내동댕이쳐진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이제 해성 원자로는 멜트다운, 즉 녹아내리는 일만 남았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비스듬하게 지붕이 기울어진 돔이 언제 뚜껑까지 날아가 버릴 대폭발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몰랐다. 기울어진 뚜껑으로 헬리콥터가 물을 부대에 싣고 와서 주야로 퍼부어댔다. 그러나 점점 가열되어 올라오는 노심이 녹고 있는 원자로 내부 상황은 오리 무중 어떤 상황인지 아무도 몰랐다. 원자로가 폭발하면, 한국은 물론 일본도 모든 게 끝장이다. 체르노빌의 10배 이상의 방사능이 동해를 건너 일본 열도로 확산될 것이다.
도쿄에서 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점점 일본 내각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의 수습 책임자와 직원들을 월성 원전으로 보내겠다는 전문이 대통령 앞으로 도착했다. 로봇과 모든 기술적인 노하우를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로봇이 도착하여 용광로 안으로 투입시켰지만, 지진의 여파로 일그러진 출입구를 열 수가 없어 투입에 실패했다.
마침내 대통령이 최정예 U.D.T 대장을 불렀다. 30명의 U.D.T 대원에게 도면과 명령이 하달되었다. 3개 조로 편성되었다. 임무는 일그러진 문을 열고, 물 호스를 용광로 안에 공급하는 것. 피폭 컨테이너가 용광로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무인 트레일러에 의해 정차되었다. 방사능의 피폭 방지시설이 설치되어 임무를 마친 대원들의 대기 장소였다. 용광로 안에서는 10분 동안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조와 임무를 교대한다. 1조가 접근하였지만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마침내 대장의 결정이 내려졌다. "문을 폭파하라". 문이 폭파되자 그 안의 열기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2조는 물 호스를 용광로 물공급 밸브 앞까지 깔았다. 3조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밸브에 호스를 밸브에 연결하였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발전 기능을 상실한 발전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의 성공 여부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물을 끓여 거기서 나오는 증기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용광로 안으로 물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물이 증발한 용광로 안의 연로봉은 물 밖에서 저 혼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바닥의 물마저 없으면, 용광로 바닥에 떨어져 용광로를 야금야금 녹이는 것이다. 그것이 멜트다운. 그 녹아내린 용광로를 뚫고 나오면, 그것이 발전소의 밑바닥 땅을 녹이고 마침내 지구의 반대편까지 녹인다는 멜트다운. 그 멜트다운을 지연시키는 일을 이제 겨우 시작한 것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멜트다운 중지. 월성 원전의 바닥이 야금야금 녹아내리고 있었다.
낙동강 바닥의 물고기는 한쪽 눈이 없이 태어나 지느러미가 뒤틀린 채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바닥 저지대에는 방사능 물질이 고여 "Hot Spot" 지역이 있어 그곳에 사는 생물은 방사능 덩어리를 먹고 자라서 계속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다음 세대를 생산하고 있었다. 식물들도 이상한 모양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고 있었다. 복숭아가 눈사람 모양으로 달려있고, 환경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동물도 사람들도.
대통령은 마침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였다. 그리고 북의 정권과 평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1국 2 정권하의 통일을 세계에 선포하고, 38선의 장벽 철거를 세계에 알렸다. 남한 주민들이 대거 38선을 넘어 개성으로, 평양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연재해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선포한 것이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 면허증, 여권만 있으면, 남북 상호 간에 자유로운 이동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실로 해방 후 80년 만의 통일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방해하고 두려워한 통일이 재해에 의해 간단히 이루어졌다. 평양에서 열린 평화 협정 조인식에서 우연히, 하마와 빈대를 취재경쟁 대열에서 만났다. "야, 빈대, 요즘도 비상 백 머리맡에 두고 자나?" "니는 요새도 샤워 후에 빤수를 먼저 입나?" "그럼, 지진이 언제 덮칠지 어떻게 아냐? 아프리카 세렌게티 초원에서 새끼 얼룩말이 엄마 몸에서 나오자마자 죽자 살자 걷는 것, 살기 위한 우리들 생존 본능 아니냐?"
우리는 대동강변의 선술집으로 향했다. 빈대가 특급 정보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야 그 D.M.Z 비무장 지대 말이야. 그 지역을 몽땅 태양광 전기 시설 지역으로 지정한단다. 그러면 원전이 필요 없다는 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