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엔 생강이 특효

"약점에 괴로워 말라"

by 이준영

연일 찌푸린 날씨와 지상학술수업으로 인해 한동안 비행을 못했다. 거의 나흘 만에 처음 요크를 다시 잡았는데 강한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빈속에 비행해서 일까. 두 번째 비행 이후 없어졌던 멀미를 다시 시작했다. 엔진 고장을 가장한 비상 착륙 훈련. 시뮬레이터에서 지겹도록 연습했는데 재빨리 적정 속도 65노트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엔진 고장 대응 매뉴얼

A(Airspeed)

B(Best Field)

C(Checklist)


기껏 서둘러 어렵사리 속도를 맞췄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착륙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툰지가 요크를 밀어 비행기 아래쪽에 있는 평지를 가리켰다.


"저게 왜 안 보여?"

"어디?"

"저기 있잖아!"


툰지가 손가락으로 특정 공간을 가리키는데 어디를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반복해서 원을 그리며 평지를 향해 하강하는데 순간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예닐곱 차례 반복했다.


"오늘 바람이 너무 강하네. 다음에 이어서 하자."

툰지는 바람 때문에 훈련이 내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라 말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비행기가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활주로에 가까워지자 이제 내리면 좀 좋겠다며 안심하는데 그때였다.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까?


툰지가 비행기의 기수를 45도 가량 꺾은 뒤 요크를 앞으로 쑥 밀었다. 비행기 동체가 평소보다 급경사를 이루며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향해 내려갔다. 그대로 땅에 쳐 박힐 것만 같았다. 이른바 포워드 슬립이었다.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이착륙을 서너 번 반복 연습한 뒤에야 간신히 비행을 마쳤다. 나는 차를 몰고 곧장 집으로 와 세 시간 동안 낮잠을 잤다. 그러고 나서야 속이 진정되는 듯 했다. 산소 부족 때문인지 하품이 멈추질 않았다. 멀미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또다시 밀려왔다. 조종사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랑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이 많았다. 그들이 쓴 댓글에는 비행 전에 생강차를 마시거나 생강 뿌리에서 추출한 영양제를 먹으면 멀미가 사라질 거라고 했다. 속는 셈치고 월마트에 가서 영양제를 구입했다. 다음날 그것을 먹고 비행했는데 거짓말처럼 멀미를 하지 않았다. 생강의 효험에 놀랐다. 생강 뿌리는 소화촉진에 도움이 돼 한약 재료로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그날 이후 비행이 있는 날엔 늘 집에서 생강차를 마시거나 생강 뿌리 영양제를 먹고 학교로 갔다. 이후 두 번 다시 멀미를 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했다. 어릴 때부터 차만 타면 멀미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했었다. 이리 좋은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차나 약을 복용하지 않고 비행하는데 적응했다. 나중에는 급할 때 비행하면서 브리또 같은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비위가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