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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쯔잉 Sep 05. 2021

나의 첫번째 중국어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온 편지

중국 유학 이야기 프롤로그

오늘 네 편지를 받았어. 예쁜 공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곰곰이 떠올려보니 바로 그날은 내가 베이징에서 충칭으로 돌아온 다음날이었어. 나는 온종일 방안에서 뒹굴며 고향이 안겨주는 따스한 온기를 만끽하고 있었지. 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날이었어.


네 편지를 읽는 동안 깊고 따스한 모성애가 저절로 느껴졌어. 하지만 내 마음 속의 너는 뭐랄까. 아직도 베이징에 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야. 내 생각에 네 모습은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을 것 같아. 맞지?


너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받던 날 나는 정말 기뻤단다. 친구들로부터 질투어린 눈총을 받아야했지. 네가 베이징을 떠나기 전날 밤. 내가 눈물을 보였던 걸 여전히 놀려대면서 어찌나 편지 내용을 궁금해 하던지. 하지만 딱히 악의가 있다고 생각진 않기에 친구들 앞에서 네 편지를 읽어주었어. 나의 행복을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겸 말이야.


하지만 편지 내용 중에 “너는 정말 귀여운 아이야.”라는 부분을 읽어주었을 때 친구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 하긴 소년티를 전혀 벗지 못한 내 얼굴에선 성숙한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 그럴 만도 해. 중국에선 나 같은 얼굴을 “와와리엔(아기 얼굴)”이라고 해. 게다가 내가 워낙 모범생처럼 생겼잖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고작 열 몇살짜리로 오해하기도 하지.


내년 6월,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어. 그때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어. 형이 유학을 권유해서 요즘 외국 학교를 알아보는 중이긴 한데 여전히 걱정 투성이야. 나의 학업으로 인해 형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거든. 너는 나의 이러한 심정을 이해하리라 믿어.


나는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어. 학교를 졸업하면 분명 바쁜 생활을 해야 할 거야. 지금처럼 자유롭게 지낼 수는 없겠지? 현재로서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졸업후 만약 취직을 한다면 베이징에 계속 머무를 수 있을까? 직장생활이야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네 편지를 받을 때면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어. 하지만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진대도 너의 행복을 기원할게. 물론 너의 예쁜 공주와 남편에게도 안부를 전해줘.


추신> 한국에도 영화 학교가 있어? 만약 영화학교가 있다면 입학 신청은 어떻게 하지? 혹시 유학생을 뽑는 다른 학교도 있어? 예를 들면 교육학이나 중문학 쪽은?


1996년 3월 21일 谷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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