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one can cook!" 최소 일곱 번은 봤을 영화 라따뚜이의 명대사 아니던가. 자자, 그래 내가 하는 것도 '요리'인 것이다. 자신감을 갖자.
지금까지 친정 엄마의 노동에 기대어 30여 년을 살아왔다. 결혼과 동시에 독립을 하고 난 나는 갑작스레 밥을 전담하게 되었다. 이전엔 몰랐는데 어쩜 우리 인생이 은유 작가님의 말대로 "밥에 묵인 삶"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아침을 먹으며 점심엔 무얼 먹을지, 점심을 먹으며 저녁엔 무얼 먹을지, 저녁을 먹으며 내일 아침엔 무얼 먹을지 생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꼭 다양하고 건강한 재료로 H에게 매일 좋은 음식을 안겨주고 싶다. "건강한 식(食)에 둘러싸인 삶"을 안겨주고 싶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말이다. 누군가는 나보고 참한 여자라고 할 테지만 정 반대다. 나는 나의 시간을 뺏기기를 굉장히 싫어하고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에 아주 길들여져 있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나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 H를 위한 음식 만들기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이제 결혼했으니까 당연히 밥은 챙겨줘야지 라는 것만으로는 나에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사랑하니까 라는 말로는 너무너무 부족하다. 사랑한다면 음식 아닌 다른 것을 우선순위로 둘 수 있는데 왜 이리도 나에게 음식이 중요한 걸까? 야근하는 H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8년 간 연애를 하며 우리의 시간은 언제든 정지될 수 있다는 걸 안 이후로는 그 어떤 일보다 H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의 최우선 순위가 되었다. 자주 아주 자주 서로에게 오롯한 존재로 충실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어떤 순간을 맞이하든 난 부족한 나의 모습 때문에 후회하게 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며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고 싶었다. 그것의 첫 째가 건강한 음식을 안겨주는 일이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나 보다. 요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라는 생각. 내가 조금 더 신경 써서 건강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요리를 한다면 이 음식들이 H의 몸에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에 영양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하
공부를 해야겠다. H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날마다 건강한 음식을 안겨줄게!
기성품, 기름, 각종 조미료를 최대한 덜 쓰고 가능하면 다양한 야채를 넣어서 만들어보려고 "요리"한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