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책 :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나 서로를 꼭 안았지.
요즘 나는 엄마가 걱정이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지, 하루에 말은 많이 하는지, 가끔 콧바람은 쐬는지, 너무 외롭진 않은지. 엄마가 걱정이다. 30년을 엄마랑 붙어살았다. 공부한다고 4개월 떠나 있던 것, 여행 간다고 한 달 떨어져 있던 것 말고는 한 번도 집을 나가 살아본 적이 없다.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 언젠가 품어봤던 독립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결혼을 하면서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다. 대전에 신혼집을 차리게 될 것이라는 것도,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되리라는 것도 실감해본 적이 없는데 결혼을 하면서 떨어져 살게 되었다.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대전-서울 거리이지만 오늘 저녁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본 음식을 엄마에게 갖다 줄 수도, 갑자기 엄마를 불러서 함께 점심을 먹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걱정하는 마음. 요즘 나에게 사랑은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특히, 집에 나도 없는데 엄마가 자신의 밥을 위해 과연 제대로 차려 먹을까 싶다. 대충 때우는 모습을 함께 살며 많이 봐왔다. “이제 딸 없어도 혼자 잘 챙겨 먹어. 적응했나 봐.” 집 떠나온 지 3개월쯤 되고 나서 엄마가 처음으로 먼저 건넨 말이었다. 그전까진 내가 먼저 물어보면 “응 잘 먹었어”하고 말 돌리기 일쑤였는데 왠지 이번엔 사실 같다. 3개월 동안 나 없는 하루를 적응해가며 엄마는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게 되니, 낯선 주변이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식당은 뭐가 있는지, 내일 점심은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오늘의 산책 루트는 어디로 정할까, 오늘은 어떤 도서관에 갈까. 고민하고 선택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러고 보니, 엄마 걱정을 하루 종일은커녕 자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음으로 엄마를 걱정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나를 키우면서 우리 엄마는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안아줬을까.
이 책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분리 불안을 다룬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만나 콕 붙어있다가 엄마가 잠시라도 자리를 떠서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면 엉엉 운다. 엄마가 사라진 줄 알고. 그러다 유치원에 가고, 소풍도 가고, 엄마 품을 떠나 세상을 누비게 된다. 그때마다 엄마는 언제나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꼭 안아준다.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어른의 나이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분리에 적응이 필요하고, 때로는 어렵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울면서 떼를 썼다면 지금은 엄마를 걱정한다.
어제는 3주 만에 친정에 갔다 왔는데 엄마가 LA갈비를 만들어줬다. 오랜만에 오는 딸내미 반찬 해주겠다고 엄마는 일찍이 장을 봤다. 갈비도 사고, 갈아 넣을 배도 사고, 양파도 사고, 고기의 핏물을 빼고, 혼자 배를 갈고 양념을 만든다. 고기를 버무려 먹기 편하라고 통에 넣고, 행여나 양념이 모자랄까 봐 양념만 따로 담았다. 오빠랑 맛있게 먹으라고 된장찌개 끓이는 법도 잊지 않고 일러둔다. 나는 그런 엄마가 고마워 집에 와서 오빠랑 먹을 밥상을 예쁘게 찍어 사진으로 보낸다. 사진을 본 엄마의 마음에도 뿌듯함이 머문다.
- “엄마, 기분이 이상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석수 집에 있었는데 막상 여기에 오니까 편하게 느껴지다가도 언제 세월이 흘러서 내가 집을 떠나왔나 싶은 거 있지.”
- “나도 딸이 가니까 허전해. 짝을 찾아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그렇게 조금씩 서서히 실감해가며 적응해 살아가겠지. 그래도 행복해. 울 딸이~~ 시집가서.”
갈비 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엄마의 모습도 이랬을 거란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찡하다. 이렇게 또 적응해가며 살아가는 거겠지?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는 나를 얼마나 달래주고, 기다려줬을까? 사랑하는 우리 엄마 내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있어 주세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꼭 껴안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