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formation
인턴(미국, 121분, 낸시 마이어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열정적인 30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 곁에 70세 고령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이 채용된다.(네이버 영화)
2. Recommendation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통증이 살짝 오려는 이들에게
3. Appreciation review
취미로 발레를 처음 배웠을 때, 원장님은 “한 번도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면 다음날 뻐근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었다. 한 달 다녀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그렇게 2년을 더 다녔다.
벤은 전화번호부 출판 회사에서 40년을 재직했지만 은퇴 후 스타벅스로 매일 가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 있기 좋아하는 대문자 E 성향의 노인이다. 아직 자신이 어딘가에 쓰임이 있길 바라고, 매일의 할 일이 있었으면 하던 벤은 고령 인턴 프로그램이라는 구인광고를 본 후 ‘어바웃 더 핏’이라는 의류쇼핑몰 회사에 재취업을 하게 된다. 그는 이전에 40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했고, 책임감과 능력을 인정받아 부사장이라는 관리자의 지위에까지 올랐었다. 그런 그가 스타트업인 이 신생 회사에서는 가장 막내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써본 적 없거나 또는 너무 오래도록 쓰지 않은 근육인 ‘빠릿빠릿함’을 써야 한다는 데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무기인 친화력으로 이내 젊은 직원들의 멘토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 간다. 직원들은 그에게 자신들의 인생 아니 일상의 대소사를 묻기 시작했다.
한편, 그 스타트업 회사의 창업자인 줄스는 혼자 다 해내는 것이 익숙한 완벽주의자로, ceo로서도 아내로서도 엄마이자 딸로서도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으려 애쓰는 여성이었고, 그녀에게 평생 경험을 탑재한 만렙 인턴 벤이 배치되었다.
그녀는 그의 관찰력과 친화력이 부담스럽다. 그녀는 자신이 정한 경로로만 가야 하는데, 왜인지 그가 조언하는 방향이 솔깃해지고, 의도치 않게 그녀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이 그에게 조금씩 전달된다. 그녀는 잠을 쪼개며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쪽으로 자신을 단련해 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그에게 의지해보는 일은 정말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는 경험에 가까웠다. 어쩌면 당연하게 사용하던 근육 대신 불편하고 통증이 있을 수도 있는 감정의 근육을 움직이는 일, 그녀에게 큰 변화이자 사건이었다.
벤은 간섭하지 않으면서 곁을 지키고, 자신이 보필하는 그녀가 필요한 것을 말없이 채워주는 ‘관계의 근육’을 쓴다. 그런 그의 안정감을 믿은 그녀는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자신이 틀렸으니 도와달라”라고 말한다. 이전에는 써본 적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인 일, 가정, 결국은 자신을 마주하려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꼭 줄스와 벤이 아니더라도 등장인물들이 소소하게 각자 안 쓰던 감정과 관계의 근육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자신이 이전보다 더 유연해지며, 더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Postscript
안 쓰던 근육을 쓰면 그 곳이 뭉치면서 통증이 유발되는데, 이때 다신 그 부위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통증을 감수하고 가볍게 그 부위를 써주거나 풀어주면 이내 통증이 줄어들며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근육이 된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 쓰던 감정과 관계의 근육이 있을 텐데, 분명 어색하고 불편하며 다음날 아프기까지 할 수도 있는 새로운 근육을 쓴다는 것은 한편 대견한 일이다. 부디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에 겁이 없기를
5. Blending
감정과 관계의 근육을 가장 새롭고도 치열하게 쓰는 영화는 아마 비포 3부작이 아닐까 싶어요. 비포선라이즈(1995)/비포선셋(2004)/비포미드나잇(2013)은 사랑에 있어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두 사람이 무려 18년에 걸쳐 관계를 진화시켜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비포선라이즈>에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은 알 수 없이 끌린 감정 하나만을 믿고,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밤새 걷고 이야기할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6개월 뒤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9년을 흘려보내고 그들은 <비포선셋>에서 다시 마주 앉습니다. 이제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다정한 사이인 둘은 더 이상 속내를 감추지 않고 현실적인 조건을 넘어서겠다는 다짐으로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비포미드나잇은 이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으로, 설레고 풋풋한 시기를 지나 서로를 뜨겁게 원하던 구간을 건넌 뒤 한층 진해진 둘을 보여줍니다. 예쁘게 사랑만 하는 근육이 아닌, 버티고 고쳐 쓰며 그럼에도 다시 서로를 믿으며 관계를 단련시켜 가는 과정, 특히 불편한 상황과 감정을 피하지 않고 대화로 버텨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비록 태양은 없어도 우리의 밤이 당신의 낮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셀린은 “56년을 나와 더 산다면 버틸 수 있겠어? 나의 어떤 것을 바꾸고 싶어?”라고 사랑스럽게 묻습니다. 그리고 18년 동안 사랑을 기대해도 좋도록 그녀의 소녀감성을 지켜준 수다쟁이 제시를 보고 있자면, 밤이 되었다고 해서 태양이 사라진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