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회에 어떤 인구경제문화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 해당 사회가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할거라 믿는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어떤 핵심을 차지한 기득권의 지위는 잘 변하지 않는다. 이는 그 기득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고, 이를 구조적으로 공고히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1. 어렸을 때 브라운관에서 봤던 배우들이 아직도 나온다. 이제서야 서서히 은퇴하고 있지만 그들이 나이 50줄이 되어서도 드라마 주연들을 꿰차는 것을 보며,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나이가 50이어도 피부관리 등으로 30 중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대체제 역할을 할 신입 배우들의 진입도 기존 배우들의 아성과 기득권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2. 부동산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몇 년째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개개인의 재테크에서 최선호 순위를 유지하는 자산군이다. (특히 강남 아파트는 부자들 사이에서 황금보다 더 안전한 안전자산일 것이다.) 이는 적절한 대체제 역할을 할 자산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은 너무 변동성이 크다. 그나마 미국 인덱스 정도가 괜찮은데 이 또한 큰 재산을 올인하기엔 변동성이 크다.
3. 국회의원 이준석은 결국 노원에서 당선되지 못하고 신도시인 동탄에 가서 국회의원 당선이 되었다. 본인도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노원은 기존 기득권 층이 쌓여있어 선거운동 시절 인사도 드리기 쉽지 않고 당선은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행렬이 마무리 수순이다. 보통 기업의 60살 퇴직을 기점으로 마지막 베이비부머세대가 거의 퇴직을 마무리하고 있다. 퇴직 이후에 경제활동이 마무리되는 70살 정도까지도 이들의 경제활동은 이어질 것이다. 이런 베이비부머의 구매력을 보존해 주기 위해 정치권은 온 힘을 다해 현금을 살포하며 부동산을 펌프질 하고 있다. 이들의 자산 대부분이 주거용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구매력을 보존해 주어야 핵심 지지층인 베이비부머의 표를 받을 수 있고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다. 기득권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말이지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는 짓은 게임이론과 내쉬균형에 따르면 바보 같은 일이다. 내가 받을 수 있을 만큼 임금은 받아야 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만큼 가지고, 남이 가지는 것은 저지해야 한다. 이런 극단적 경쟁양상이 펼쳐지는 곳이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이다.
(필자는 학부로 의과대학을 들어왔고 나름 기득권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사회의 세태에 기가 질린다. 이번 판 경쟁이 지나면 다음 판 경쟁이 기다리고 있고 과업은 끝이 없다. 젊은 세대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태가 너무 잘 이해된다.)
[1] 그래서 기득권에 편승할 사람에게 맞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기득권을 포기하지 마라. 2. 내 기득권은 유지하고 상대 기득권은 무너뜨려라. 3.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라.
[2] 새로운 기회와 기득권을 대체할 신진 권력에 편승할 사람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기득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떠오르는 새로운 시장에서 포지션을 공고히 하라. 2. 새로운 기득권을 성장시키고 형성하라.
기득권의 기존 권력 기반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그런 일은 그들의 권력기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나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서서히 일어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과 [2]를 적절히 섞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1]의 기존 기득권이 너무 강하면 새로운 신예가 떠오를 기회가 상실된다. 반면 [2]의 신진세력에게 과도한 힘을 주면 사회가 자칫 무질서하고 어수선해진다. 적절한 것은 7:3에서 6:4 정도로 신예, 즉 [2]의 권력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2]의 신진권력도 [1]의 기득권이 되어 새로운 [2]에게 자리를 위협받는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전체 구도를 알고 물러나야 할 때 적절히 자신의 기득권을 줄이면서 신진권력에 자리를 조금씩 내주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