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주주+직원 자본주의 아닐까
필자는 대학병원에 있다가 올해 처음 로컬병원으로 나왔다. 로컬에서 제대로 처음 일해 보면서 미묘하지만 기이한 현상을 하나 기술해 볼까 한다. 그건 바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멋진 차 타고 다니고, 멋있는 것만 하는 오너는 아주 큰 기업의 오너나 그럴 법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이나 중규모 이하 병원의 오너는 그럴 수가 없다. 일단 행정, 영업, 간호, 의사 포함 모든 직원들이 오너의 말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오너는 돈을 태웠지만 직원들은 인생을 태웠기 때문이다.
이 말이 오너들에게 야박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들이 오너의 말에 무조건 따르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을 사용해서 (사용자) 오너가 앉아서 돈을 버는데 (오너의 현업 참여로 인한 수익 제외), 자신들이 오너한테 굽신거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서 같다.
대학병원은 오너가 눈에 보이지 않고 (사실상 사학 재단), 눈에 보이는 상급자는 대개 주임교수나 원로급 교수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오너가 눈에 보이는 조직에 있어보니 이런 미묘하고도 신기하면서 복잡한 현상이 일어난다. 말단 행정 직원도 이런 태도를 은근히 가지고 있다. 그게 참 놀랍다.
이를 계기로 나도 주주자본주의에 세뇌되어 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주주는 돈을 태웠을 뿐이고 배가 침몰하면 다시 배를 건조하고 선원에게 돈을 쥐여줘서 배를 출항시키면 된다. 하지만 선원들은 자기들 인생을 이 배에 걸었다. 따라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오너도 인생을 걸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앞으로 현대 자본주의를 주주+직원 자본주의로 정의하면 어떨까 한다. 직원이 기업에서 어쩌면 주주보다 더 중요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직접 내가 사기업에서 일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