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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Oct 24. 2024

강호동이 말하는 투자의 본질

샅바를 서로 잡고 있는 씨름선수 둘의 치열한 수 싸움

필자는 강호동이 어느 방송에서 전에 한 말 중에 하나가 투자의 본질을 매우 잘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우연히 보았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샅바를 잡고 있는 두 씨름선수는 굉장히 치열한 상태에 있어요. 그 작은 샅바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데, 밖에서 보는 사람은 덩치 큰 두 사람이 뭐하나 이렇게 생각할거에요. 그런데 막상 그 샅바를 잡고 있는 둘은 정말 치열하게 서로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뭐 대략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이 말만큼 투자의 본질에 대해 잘 나타낸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투자의 본질은 두 가지로 묘사할 수 있는데 


1. 한 가지는 '바다 위에서 두 발로 서핑 보드를 타는 것'이다. 필자는 서핑을 많이 해 봤는데, 이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굳이 말하자면 물과 리듬을 맞춘다고 해야겠다. 근데 이 비슷한 느낌을 필자의 경험으로는 (1) 스노우보드를 탈 때도, (2) 수영을 할 때도 느꼈었다. 즉 무언가 외력이 있고 여기에 몸을 싣고 그 반발력과 흐름을 이용해 타는 운동은 대략 비슷한 느낌이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이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2. 또 한 가지는 저 '씨름'의 비유다. 투자는 명백히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파생 같은 경우는 포지션을 잡고 있는 투자자는 저 씨름선수의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외부에서 구경하는 관찰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즉 외부인에게 그 순간의 싸움의 전개양상과 힘싸움을 정확히 말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마 외부인이 그 설명을 들으면 '에이 그게 무슨 투자야' 이런 소리를 할 것이다. 그만큼 말해도 소용없고 전달하기 어렵다. 투자하는 본인 외에는 이 두 씨름 선수의 호흡을 느끼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필자 같은 경우는 상대가 샅바를 놓을 때의 (혹은 필자 외에 다른 상대방의 포지션을 충분히 빼앗아서 더 이상 힘겨루기 포지션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때의) 느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때는 평가손이 나 있는 상태에서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고 포지션을 늘린다. 설령 일시적으로 필자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임이 있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상대가 무슨 이유에서건 샅바를 놓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외부 관찰자에게 할 수는 없다. 아마 진지하게 하면 필자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위의 첫 번째 서핑보드의 비유는 손실과 수익, 포지션 관리 측면에서의 생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손실, 수익이 미시적 관점에서 필자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과 리듬을 맞추듯 포지션을 정리하고 손실 수익이 버무려진 상태에서 전진하는 것이지, 블록 쌓기처럼 수익만 쌓아가면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액티브한 투자자의 평상시 투자 상태는 물 위에서 서핑 보드를 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굳이 정리하자면 투자는 강체보다는 유체에 가깝다고 하겠다. 유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리고 상대가 있는 샅바 싸움이기에 오늘의 손익보다 중요한 건 이 샅바를 놓치지 않고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샅바를 붙잡고 치열한 몸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반드시 상대가 어떤 이유에서건 샅바를 놓는 시점이 온다. 그 시점이 내가 들배지기나 업어치기로 역전을 노려 수익을 누적 시킬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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