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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Nov 13. 2024

보건관리자는 근로자의 건강을 완벽히 대변하지 못한다

근로자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대리인 문제라 함은 보통 투자업계서 펀드 등 대리인이 운용하는 투자방식에서 대리인이 출자자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펀드매니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걸 가리킨다. 이는 경영계에서는 최고경영자 (CEO)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이 오너인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최고경영자나 경영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필자는 비슷한 현상이 산업보건 (직업의학)에서도 일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업에 있는 보건관리자는 결코 근로자의 건강을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기업의 보건관리자도 기업의 직원이고 해당 기업의 이익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보건관리자는 직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돌보고 건강검진을 스케쥴링하고 이를 수행하고 결과를 우선적으로 받아서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등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지만, 만약 이 활동들 중 회사의 이익과 상충되거나 부딪치는 것이 있다면 완벽하게 직원의 편에 설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모두 필자의 가정이다.)


1. 어떤 기업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수행했는데 결과에서 재검이 너무 많이 나왔다. 재검은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의사의 재량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 경우 재검이 너무 많아지는 걸 부담스러워한 보건관리자가 재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대상자를 줄여줄 것을 은근히 병원에 압박할 수 있다. 


2. 특수건강검진 수행 결과 업무적합성 영역에서 '나, 일정한 조건 (환경개선, 보호구 착용, 건강진단의 주기를 앞당기는 경우 등) 하에서 현재의 작업이 가능한 경우' 를 넘어서서 '다, 다건강장해가 우려되어 한시적으로 현재의 작업을 할 수 없는 경우 (건강상 또는 근로조건 상의 문제를 해결한 후 작업복귀 가능)' 혹은 '라, 건강장해의 악화 혹은 영구적인 장해의 발생이 우려되어 현재의 작업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나오는 경우는 보건관리자 입장에서 안전보건공단에 이를 신고하고 여러가지 절차가 복잡해지고 귀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보건관리자나 사장은 해당 특수건강검진을 수행한 병원에 연락을 해 업무적합성 평가 결과를 '가 혹은 나'로 낮춰달라고 압박할 수 있다. 


3. 특수건강검진 이후 사후관리 소견에서 '4, 근무중 치료'를 넘어서서 '5, 근로시간 단축 6, 작업전환 7, 근로제한 및 금지 8, 산재요양신청서 직접 작성 등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직업병 확진의뢰 안내' 등의 조치가 나갈 경우 보건관리자는 굉장히 사후관리가 귀찮아지고, 안전보건공단 등에 보고를 해야하고, 추후 근로자가 문제제기시 법적 책임의 부담을 져야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건관리자나 사장은 병원에 압박을 넣어 이런 사후관리 조치가 나오지 않도록 압박할 수 있다. 


단적인 예 세 가지만 들었는데, 이 외에도 지면에 담을 수 없는 여러가지 경우들이 굉장히 많다. 요는 기업의 보건관리자가 성실히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도 있지만, 결국 회사의 이익과 상충되는 경우에는 회사의 이익을 선택하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건관리자도 회사의 직원이고 월급을 받아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이란게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고, 기업이 돌아가고 노동자가 일을 해야 급여가 나오고 사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근로자에 대한 건강검진이나 건강관리는 완벽하게 원칙적인 면에 입각해서 수행될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를 노동자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결국 보건관리자가 자신의 건강을 완벽히 챙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외부의 병의원 등을 찾아가는 등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산업보건 (직업의학)에서도 투자업계,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대리인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마찬가지로 근로자 스스로가 산업보건 (직업의학)에 대해 잘 알고, 필요할 경우 외부의 자원 (외부 병의원 등)을 잘 찾고 이용하는 것이란 것이다. 


이 글을 독자들이 흘려보지 말고, 특히 유해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실은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법이고, 이 회색지대 안에서는 완벽히 원칙에 입각해 일이 진행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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