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저블이라는 공장운영 플랫폼에 기고하는 글을 글 제목 말미에 [리얼라이저블]이라고 붙이고 있습니다.
리얼라이저블에서 주로 글을 보시는 대표님들은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제조업 공장에서 가장 많은 질병 (직업성 혹은 일반 의학적 질병 모두 포함)이 무엇일까요. 바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현대사회의 만성질환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당장 근로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아무 증상도 없기 때문에 어떤 근로자들은 이 질병들에 대해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왜 혈압, 혈당, 지질 수치를 조절해야 하는지 반문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서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주기적으로 참석합니다. 뇌심혈관계질환 심의에도 종종 들어가는데, 한 회차당 7~8명의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뇌심혈관계 질환자 혹은 사망자들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와있습니다. 이런 회차를 하루에 두 회차를 하는데, 문제는 전국에 산재한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전체로 보면 이런 뇌심혈관계 질환 심의에 올라오는 재해자 수가 상당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럼 대부분 이런 케이스들이 무엇이냐.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아서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이 발생한 케이스들입니다. 한 마디로 일하다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혹은 쓰러져서 주변 동료들이 뒤늦게 발견한 케이스들입니다.
이런 재해자들도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단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결과들을 제대로 몰랐거나 알았어도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을 겁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나 대표님이 직접 챙겨주셔야 치명적 질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님들이 관심 있을만한 부분인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뇌심혈관계 질환은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란 것을 고용노동부가 정해서 시행규칙으로 고시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직접 보셔야 합니다. 훨씬 상세하게 적혀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뇌심혈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세 가지
1.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
2.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 간에 1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ㆍ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
3.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
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
2)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업무부담 가중요인)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 유해한 작업환경 (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3)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2항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한다.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휴게시간은 제외)하여 업무시간을 산출한다."
이와 같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비교적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조건들을 근무 시에 모든 근로자에게 맞춰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 세 가지 조건들 중 하나라도 명백하게 초과하게 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근로자 자신도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사업주도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초과하지 않도록 만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1. 근로자의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은 회사가 발 벗고 나서서 보건관리자가 약 처방을 받도록 지시하고, 계속 동네 의원 진료를 보도록 독려하고 관리해야 한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회사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2. 1번 사항을 관리하면서 업무환경이 위의 뇌심혈관계 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관리해주어야 한다 (초과한다면 뇌심혈관계 질병이 근로자에게서 발생할 경우, 비록 사업주가 보기엔 개인적 소인이 크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위의 사항들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에게서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과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언젠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