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요즘 자주 꿈을 꾼다. 내 삶의 미완의 관계가, 아무렇지 않은 듯 재현되는 꿈들이다. 만난 적 없던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꿈속의 등장인물은 모두 연락을 드문드문하다가 어느 순간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다. 그들과 태연히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때로는 같은 테이블이 아닐 때도 있다. 그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메뉴만 가득한 식당에서 나는 저 건너 테이블의 그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리고는 가끔은 그 어정쩡한 식사 뒤에 내가 말을 걸기도 한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우스운 가상의 식사를 포괄하는 질문이기도 하고, 혹은 그냥 내 생애 전반에서 그들이 차지했던 일부의 시간, 그 공유에 대해 굳이 묻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잊었는지, 내가 나빴는지, 내가 미운지, 아쉬운지, 섭섭했는지.
내 삶은 미완으로 막을 내린 관계 투성이고 앞으로의 생애도 이런 방식의 개선 없는 반복일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이별은 잦을 것이다. 애매하게 뜸해지는 연락으로, 굳이 찾아가지 않는 서운함으로, 그렇게 흐려지다가, 이젠 더 이상 안부를 묻기 이상해지는 그런 관계가 되겠지. 지인들 동료들 친구들 애인들 혹은… 어쩌면 가족들. 꿈에서나 재회하겠지, 그리고 어설프게 말을 걸 것이다.
괜찮았었냐고.
글쎄, 내 꿈이고 내 멋대로의 상상이니까 그들의 대답 역시 내가 멋대로 짜낸 대사다. 아마 화를 낼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이들은 화를 낸다. 아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괜찮다고 말해준다.
가끔 오늘 같이, 지금의 모습은 모르겠는데, 과거의 모습만 기억나는 사람이 꿈에 나오면, 그 옛 모습으로 대답을 해주는데, 그럼 그게 정말 기분이 안 좋아서, 착잡하고 서운하고 미안하고 아쉬워서, 죄책감이 들어서 괜히 잠을 설치고야 만다.
이런 지난한 삶을 하루씩 더 살고 있다. 이젠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사는 수밖에 없어서, 후회가 엉겨 붙은 시간을 계속 잇고 있다.
다시 만날 날이 절대로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내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본질이 서운한 사람이고, 같은 사람을 두 번이나 서운하게 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꿈에서나, 이렇게 계속 꿈에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