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은 없다. 성취하고, 기분 좋고, 행복한 순간에 장막이 내려오고 딱 끝나지 않는다. 그 결실이 기분이며 순간이 서서히 흐려지며 페이드 아웃되고, 본인은 남아서 파티의 부산물들을 정리하듯 다음 1분 1초를, 항상 같은 퇴근길을, 다음날 아침을 계속 살아야 한다. 모두 해피엔딩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떠내려 보내며, 그 간격과 멀어질수록 깊어지고 묽어지는 허무를 견뎌야 한다.
그래서 치열할수록 버거워진다. 다음의 다음을 쫓으면 계속 점점 더 뜨거워지고 무거워질 줄 알았는데, 무언가를 이뤘다는 희열은 갑자기 어제의 것이 되어있다.
그래서 난 너무 많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엔딩을 계속 연출하고 있는데 이 필름은 끊어질 줄 모르고 덧붙이기를 계속하고, 내가 자르고 붙인 좋은 대사와 표정과 분위기는 훌쩍 몇 시간 몇 년 전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씬이 된다. 기승전결 강박에 절여진 내 뇌는 몇십 번에 몇천 번을 고쳐 쓰며 이어가는 장황하고 혼란한 원테이크에 당황하고 지쳐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스토리라인은 너무나 많고 하나도 없다. 어떤 것도 기가 아니며, 무엇도 결이 아니다.
선택은 없다.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삶에는 엔딩이 없다는 것을,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있을 뿐이며, 그 어떤 것도 씬이 될 수 없고 그 누구도 주연이며 조연을 구분하며 맡지 않았음을, 나중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며, 지금은 이게 전부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아무것도 연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