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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ji Aug 05. 2024

토스 알림설정과 멘탈모델


‘사용자의 멘탈모델을 함부로 건들지 말라’

디자인 수업이나, 서적에선 위 얘기를 종종한다.


멘탈모델에 대해 예를 하나 들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고있는 상황에서

평소처럼 운전하고 있다가 급한 상황이생겨 비상등 깜빡이를 켜야할 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 익숙하게 손이 가는 위치가 있다.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에, 사용자가 정신이 없어서 버튼이 어딨는지

인지할 수 있는 충분한 정신적, 물리적 여유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서

많은 차량들이 비슷한 위치에 비상등 버튼을 두었다.

(왠지 차량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세부적인 구조가 달라도,

비상등 버튼은 항상 여기에 있어주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랬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

사용자들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 위치로 이동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이 차량, 저 차랑 운전을 하다보면

한번에 발견하지 못하고 ‘비상등 버튼 어딨지?’하게 만드는 차들이 있다.

익숙한 위치가 아니라 어디 아래에 짱 박혀있거나, 다른 버튼과 크게 구별이 되지 않아서

한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디자인 적으로 비상등 버튼이 심미성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제조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위치여야만하는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사용자 입장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찾고있는 비상등 버튼이 긴급한 그 순간에 내가 생각하는 위치에

없네?’라고만 중요할 뿐)


사용자들의 머리속에 ‘비상등 버튼’ 이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모양, 위치, 색상등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깨지는 순간 당황하게되고, 새로 학습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그것보다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고, 더 쉽고, 더 편하다고하고 판단되면

기존에 사용자가 익숙해하는 형태(멘탈모델)을 깨고

새로운 형태를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건 출시해서 직접 사용자가 경험해보기 전까진

‘사용자가 더 쉽고 편해할 것이다’이라는 걸 함부로 확신할 순 없다.

그래서인지 큰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보다는

이미 사용자에게 익숙한 형태(멘탈모델)을 유지하라고 가르치고 배운걸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보다 더 개선하려하는 우리들과,

실제로 기존의 것들이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사용자들이 있기때문에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굳혀진것들을 그대로만 두고 있지는 않는다.

또 필연적으로 새로운것들은 새로 생겨나고, 그렇게 환경은 바뀌어가고

자연스럽게 좋았던것들은 더 이상 좋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오는 것 같다.


종종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게 뭘까?를 깊게 고민하다보면

반드시 사용자의 시나리오(사용자가 이것을 사용하기 전후맥락)을 생각하게된다.

위 예시에서도 ‘사용자가 비상등을 누른다’라는 행동의 앞뒤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주 평화롭게 주행을 하다가 비상등을 누르는 경우보다

‘운전중 > 위험 감지 > 판단 > 무의식적으로 손이 비상등 위치를 찾음 > 비상등 버튼 누름’의

경우(아주 긴급한)가 더 많을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 설계를 할 때는 사용자가 처해진 환경,앞뒤 맥락등을

충분히 고려해야지만 진짜 사용자가 필요한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좋은 예시로, 토스 앱의 알림 설정을 최근에 봤었다.

일반적으로 알림앱은 이렇게 생겨있었다.

약속이라도 한듯 거의 모든 앱들이 이런식이었다. (아래 사진)




일제히 <알람의 카테고리 + 토글> 형태로 구성되어있었다.

사용자는 ‘어 나 홍보성 푸시알림 안받고싶었는데! 꺼야지!’라고하며 끄려고

저 화면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추측)

아마 ‘앱 알림 설정’하는 기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화면이지 않을까.


하지만

저 화면으로 알림설정을 하게되면 마주치는 문제가 있는데,

첫째는 내가 끄고 싶은 알림이 있는데, 그걸 어떤 항목을 꺼야할지 모른다는 것.

둘째는 분명 끄고싶은 알림에 관한 설정을 Off로 해뒀는데, 또 유사한 받기싫은 알림이 계속 온다는 것.

분명 문제라고는 인식하지 못해도

무의식중에 불편하다고 생각한(=문제) 적이 있을 것이다.


토스는 요 부분을 아주 시원하게 긁어줬다.

아래처럼 토스에서 앱 푸시알림이 왔는데

이게 더 이상 받고싶지 않은 알림의 종류라면?


만약 기존의 앱들이었다면, 앱을 켜고 알림설정에 들어가서

내가 더이상 받기 싫은 저 알림의 종류를 추측해서

(저 알림은 왠지 테스트? 평가?로 가야하나? 처음보는 종류인데,,

이 서비스에서 저 알람을 어떤 종류로 구분을 해뒀을까?)

이렇게 고객은 종류가 애매한 알림을 끄고싶을 땐,

되려 사용자가 서비스의 알림 정책 (저 알림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해져있을지) 구분을

역으로 생각해보고 추측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토스는 아래와 같이 알림설정화면을 제공하고있다.

그냥 보자마자 박수가 나온다



토스의 이 알림설정 화면은

너무도 당연하게 불편한 알림설정화면

(직접 받기싫은 알림의 카테고리를 추측해서 on-off 시켰던)을

써오던 우리의 지난날들을 ‘그 동안 불편했지?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용자 시나리오와, 그 시나리오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기존 앱들 : 앱 푸시알림 > 더이상 보기 싫음 > 앱 접속 > 알림 설정 > 방금 받은 그 알림의 카테고리 추측 > 왠지 이걸 끄면 그 알림이 안보일 것 같은 카테고리를 찾아 알림 Off 시킴
토스 : 앱 푸시알림 > 더이상 보기 싫음 > 앱 접속 > 알림 설정 > 방금 받은 그 알림을 Off 시킴


이렇게 비교해 보니, 플로우(시간)도 줄었다.

또한 최근에 받은 토스의 푸시알림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토스를 보면

위 예시로 들었던 <알림설정>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거의 경험할 수 있는 모든화면에서

실제로 사용자들이 이 화면에 들어왔을 때 어떤 상황이고,

뭘 하고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고있고 그걸 구현해뒀다. 괜히 ‘토스 토스’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알림설정>하면 이제는 당연하게 떠오르는 화면,

어쩌면 사용자에게 기존의 알림설정 화면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데? 크게 불편한거 없는데?

라고 얘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짤이 생각난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고 사용자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서 재구성한 것도 멋있고,

이미 사용자들 머리에 자연스럽게 있는 그 화면을 바꿨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해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용기내어 바꾼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저렇게 바꿨을 때는, 대충 생각해봐도 정책적으로도 기획자,디자이너가

해야할 일들이 불보듯 뻔하게 많다.


위에서 봤듯

토스 알림 설정은 이런 같이 구조로 되어있다.


‘ㅇㅇ님 클릭하고 100원 받아가세요!’ 유형의 알림 더이상 받지 않기


최근에 받은 알림들을 보여주고, 그 알림과 유사한 알림들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여기서 포인트는 이 알림만 받지 않는게 아니라 ‘이런류의 알림 받지 않기’인데

그냥 대충 생각해봐도 저 기능을 위해 세워야하는 정책이

저 알림과 유사한 알림은 대체 어디까지 할건지?, 그것을 알림별로 다 지정해주고

그루핑 해야하는.. 상당히 수고스러운 작업이 예상된다.

그걸 하기위해 앱화면 뒤에서는 피땀눈물을 흘렸을게 뻔하다.

(또한 그걸 매우 심리스하게 구현하려면, 수없이 했다 지웠다

적용했다 수정했다하는 반복작업이 있었으리..)

그런 메이커들의 수고를 감수했기에

지금의 토스 사용자들이 굉장히 편리함을 겪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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