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생활을 글로 남기게 된 이유

1년 8개월의 카타르 생활을 돌이켜 보며

by 드림별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카타르에 도착했을 땐 이 나라가 어쩜 그렇게 정이 안 들던지, 남편한테 "그거 알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땐 뒤도 안 돌아보고 갈 거야."라는 말을 1년 동안 밥먹듯이 했습니다.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가 그렇게 까지 카타르에 억한 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었습니다만 남들은 다 가졌지만 저는 가지지 못한 '카타르 현지 운전 면허증' 때문에 홀로 마음이 상해 1년 간 카타르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불편한 마음 못지않게 육체와 정신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카타르 도착했을 때 첫째가 34개월, 둘째가 8개월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땐 저는 도보 7분 거리의 친정집 근처에서 살았습니다. 매일 친정으로 출퇴근하며 반찬을 공수해오고, 힘들면 아이들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쉬었습니다. 그렇게 친정 부모님의 금쪽같은 도움을 받다가 카타르에 오니 아이 둘을 어디 맡길 곳 없이 홀로 혹은 남편과 도맡아 키워야 했습니다.


카타르에 와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이유식 만들고, 집안일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다 하루가 다 가는 걸 보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인가 싶었습니다.


남편이라도 일찍 퇴근해서 도와주면 좋겠는데, 왕복 2시간 거리에 업무 현장이 위치해있었고, 토요일 하루만 쉬는 현장의 특성을 알고 나니 남편에게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방 4개가 딸린 2층짜리 빌라의 청소가 힘들어 주 2회 파트타임 메이드를 고용하기도 하였고, 집에서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동네 놀이터에 다니며 외국인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어떻게든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카타르 현지 드라이빙 스쿨(자동차 운전 학원)에 거금 100만 원을 내고 한 달 동안 운전 연수를 받았고, 면허 시험장에서 면허 시험을 7차례 보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모두 떨어졌지만요.


카타르 2층 집.jpg 방 4개가 딸린 2층짜리 빌라 모습, 회사 정책의 변경으로 1년 후 방 2개가 딸린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떻게든 정을 붙이고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이 1년이 흘렀고, 운이 좋게 한국 대사관을 통해 '카타르 현지 면허증'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9월부터 첫째를 영국계 국제 유치원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첫째를 기관에 보내면서 숨통이 트인 저는 홀로 운전해서 마트도 가고, 동네 외국인 엄마들과 티타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카타르에서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영위해 나가면서, 제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속 홀로 세워 둔 카타르에 대한 벽이 점점 허물어졌고 동시에 '카타르도 그럭저럭 살만 한데?'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카타르 생활을 즐기며 재미가 붙을 무렵, 갑작스러운 남편 회사의 귀임 발령으로 2018년 9월 한국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한국에 오고 나니 이처럼 살기 편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고, 불편함이 하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머릿속엔 한 번씩 카타르가 떠오릅니다. 한국의 12월, 귀가 시린 날씨를 마주하면 카타르의 선선한 날씨가 생각납니다. 한국의 푸르름을 마주하면 카타르의 모래와 사막이 떠오릅니다.

20171201_074954.jpg 귀국 전까지 살았던 컴파운드

더 머물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글로 달래려고 합니다. 카타르의 기후, 물가, 관광지에 대한 내용을 비롯하여 카타르에 체류하며 직접 겪은 일을 다양하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제 글이 카타르로 단기 및 장기 체류를 계획하시는 분, 그리고 아랍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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