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살며 라마단에 대처하기
한국의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 '카타르의 라마단'이 떠오릅니다. 혹시나 해서 남편한테 "지금 혹시 라마단 기간이야?"라고 물으니 맞답니다. 남편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회사에서 중동 프로젝트 입찰과 관련하여 일을 하는 중이니 라마단 일정에 대해서는 빠삭하거든요.
카타르 살다 귀국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라마단이 생각 나는 걸 보면 그만큼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많이 느꼈나 봅니다. 외국인이고 비 무슬림 신분이었지만, 카타르 도착 후 경험한 첫 라마단 기간 중에는 무슬림과 동일하게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된다는 말에 걱정이 앞서 외출도 꺼렸었네요.
사람의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다음 해에 경험한 라마단은 조금 달랐습니다. 외부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컴파운드 이웃들을 집에 불러서 커피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웃 중 하나는 저에게 Ramadan is beautiful이라고 까지 했답니다. 이유가 궁금하시다고요? 그럼 지금부터 라마단이 무엇인지, 외국인 이웃은 왜 라마단을 아름답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천사 가브리엘(Gabriel)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여행자·병자·임신부 등은 면제되지만 대신 이후에 별도로 수일간 금식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유대교의 금식일(1월 10일) 규정을 본떠 제정한 것인데, 624년 바두르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달로 바꾸어 정하였다. 신자에게 부여된 5가지 의무 가운데 하나이며, '라마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금식을 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뿐만 아니라 담배, 물, 성관계도 금지된다.
출처: 두산 백과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은 해가 뜬 시간 동안 단식하고 매일 5번 기도를 드리면서 개인의 잘못을 속죄하고 자제력을 기르면서 소외되고 굶주린 이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때문에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하고 해가 지면 음식을 먹기 시작해요.(이를 이프타 iftar라고 합니다.) 이웃 중에 무슬림 이웃이 있었는데 이게 진짜 가능하냐니 가능하답니다.
제 이웃의 경우 오전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도 일을 하러 가니 일몰 후 이프타를 먹고 쉬다 저녁 9시에 취침을 합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모스크에서 경전 암송 소리가 들리는데 그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과 물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요. 대신 먹은 게 없어 기력이 부실하니 중간에 낮잠을 잔다 하더라고요. 낮과 밤을 바꿔서 밤에 음식을 먹으며 활동을 하고, 해가 뜨면 수면 모드로 바꿔 낮 동안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며 이에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네요.
더운 날씨에 물도 한 모금 못 마시고 금식을 하니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습니다. 때문에 라마단 기간 동안은 근무시간을 4시간 단축해서 근무해요. 학교나 공공기관은 라마단이 되면 짧아진 근무시간을 따로 공지하고요. 일반 회사는 탄력적으로 조정합니다. 근무시간은 줄어들지만 월급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친한 외국인 이웃은 "Ramadan is beautiful"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첫째를 유치원에 보낼 때 매일 카운터 앞에서 마주하던 무슬림 직원은 라마단 기간 중에는 화장기 없이 수척한 모습이었는데요. 매년 라마단을 마주하지만 금식이 쉽지 않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라마단은 해마다 조금씩 빨라진다. 윤달이 없는 이슬람역은 12개의 태음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력보다 11~12일이 적기 때문이다. 해마다 라마단이 다가오면 전문가단이 구성되어 초승달을 관측하고, 최고 종교지도자가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찰한 후 라마단의 시작 날짜를 공포한다. 이 날은 같은 이슬람 국가라도 교리에 따라 하루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많은 이슬람교도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달의 모양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라마단을 시작하지만, 지역에 관계없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초승달이 보이는 날짜를 따르는 신자들도 있다.
출처: 두산백과
라마단은 매년 달라집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저희 가족은 남편 회사의 라마단 공문을 받고서야 라마단이 도래했음을 인지했는데요. 카타르 생활에 익숙해졌을 땐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라마단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구글에 라마단 날짜를 검색해 봤네요.
카타르 오래 체류하던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요. 라마단 기간 중에 껌을 씹고 운전하고 가고 있었는데 옆 차에 타고 있던 무슬림이 주의를 줬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물을 마시다가 주의를 받은 이야기도 들었고요. 라마단은 언제 시작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기온이 30도 그리고 그 이상일 때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가기라도 하면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물 한 모금이 간절한데요. 무슬림을 배려해서라도 공공장소에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외출을 줄이고 집 안에서 머물렀습니다.
1. 라마단 기간에 음식점은 문을 닫을까?
라마단 기간에 금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레스토랑은 원칙적으로 문을 열지 않는 게 맞는데요. 대형 쇼핑몰의 경우 비무슬림을 위해 일부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차양막을 치고 그 안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합니다.
2. 라마단 기간에 아이들은 금식을 할까?
제 무슬림 이웃의 경우 부모는 금식을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겐 금식을 시키지 않더라고요. 그럼 언제부터 금식을 하게 되냐고 물으니 아이가 초등학생쯤 되면 금식을 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금식을 선택한 아이는 부모를 따라 금식을 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주위에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금식을 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게 쉽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니, 새벽에 미리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데워서 주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3. 라마단 기간에 유치원은 어떻게 운영이 될까?
평소보다 늦게 등교하고 일찍 하교하는 식으로 단축 운영이 되고요. 라마단이 되면 유치원 외부 창문을 검은색 천으로 모두 가립니다. 아이들이 간식이나 점심을 먹는 것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에요.
4. 라마단 기간에는 무조건 단식을 할까?
라마단 때 이웃과 커피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매번 차려 놓은 음식과 음료수를 바라보기만 하던 무슬림 이웃이 주저하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사실 나 오늘 금식 안 했어"
무조건 금식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있던 저는 좀 당황했는데요. 알고 보니 지난밤 딸이 아파 밤새 병간호하느라 몸이 안 좋아 금식을 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라마단 기간 중이라도 생리 중이거나 몸이 안 좋으면 금식을 안 한다고 하니 융통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1. Garangao 행사
라마단의 중반이 다가왔을 무렵 첫째가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공문이 왔어요. Garangao라는 행사가 있으니 카타리/아라빅 복장을 입혀서 등교시 키하라고요.
Garangao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라마단의 14번째 날을 기념하는 날로써 걸프 지역, 그중에서도 카타르에서 행해지는 전통 풍습이라고 하네요. 아이들은 당일 날 저녁 아라빅 전통 의상을 입고 집을 나서 이웃집 문을 두드린 후 사탕과 견과류를 받는 다고 합니다. 이 행사 덕분에 첫째는 난생처음으로 아랍 전통 의상을 입어볼 수 있었네요.
관련 글: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Garangao in Qatar
2. 주위 이웃에게 베풀기
제가 살던 컴파운드에서는 라마단 기간이 되면 외국인들이 '가진 것을 함께 베풀자'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단지에 고용되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음식이나 물건을 나누어 주는 운동을 하기도 했어요. 비 무슬림이라 단식은 하지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라마단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가능한 활동을 하는 게 인상 깊었네요.
3. 다양한 이프타(Iftar) 메뉴 맛보기
라마단 기간 중에는 많은 레스토랑에서 라마단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이프타 혹은 수흐르 Suhoor(단식에 들어가기 전에 먹는 마지막 식사로서 보통 새벽 3시 전에 먹음) 메뉴를 선보이고요, 일부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은 이프타 뷔페를 진행합니다.
고급 호텔의 이프타 뷔페는 평소 가격보다 저렴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저도 카타르에 체류하며 2번 가봤었네요. 만약 이프타 뷔페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4. 라마단을 기념하는 문구들
라마단 기간이 되면 쇼핑몰이나 레스토랑에 'Ramadan Mubarak' 혹은 'Ramadan Kareem'이라는 문구가 대문짝 만하게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요. Ramadan Mubarak는 'blessed Ramadan'이라는 뜻이고요. Ramadan Kareem은 'may Ramadan be generous to you'라는 뜻입니다. 라마단 기간에 이웃에게 'Ramadan Mubrarak' 혹은 Ramadan Kareem'이라고 외치면서 라마단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글: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Ramadan Mubarak and Ramadan Kareem?
1.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라마단이 끝나는 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음식을 장만해 라마단을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서로를 축하하는 축제를 이드 알 피트르라고 하는데요. 카타르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라마단 종료 후 다음 날부터 3일간 이드 알 피트르 공휴일 Eid al-fitr holiday로 지정해 회사도 가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습니다.
2. 라마단 세일
라마단이 끝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쇼핑 몰에서 일제히 세일을 합니다.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있다면 이 기간을 이용해 저렴하게 사는 것도 좋겠지요?
올해의 라마단은 2020년 4월 24일(금)부터 2020년 5월 23일 토요일까지 인데요.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9일 남았네요. 아랍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이 기간 동안 라마단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고요. 라마단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제 글을 통해 아랍 문화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