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지 운전 면허증, 다 주는 거 아녔니?

by 드림별

힘들었던 카타르 생활에 한 가지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현지 운전 면허증'이었습니다. 한국은 초품아, 단지 내 어린이집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통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주거 시설 근처에 위치하고 도보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만약 도보 이용이 불가능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셔틀버스가 집 앞까지 와서 아이를 태워가고 데려옵니다. 또한, 주거시설 근처에 마트나 편의점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위치합니다.



카타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품은 주거시설이 제한적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습니다. 또한, 집 앞에 마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집 앞에 마트가 있어도 규모가 편의 점급으로 작아 육류나 생선 등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애 둘을 보며 집콕을 하고 걸어서 갈 곳이라고는 동네 놀이터 밖에 없었던 저에게 믿을 구석은 오로지 '현지 운전 면허증'이었습니다. 면허증만 있으면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마트도 가고, 혼자 커피숍도 가며 콧바람을 쐴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딴 면허증은 장롱에 고이 모셔둔 지 오래였지만, 카타르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별도의 시험 없이 카타르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 발급해준다고 하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카타르에서 이미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하는 남편도 있고, 또 한국에서는 왕초보 운전자였지만 카타르에서 운전을 배워서 아이를 등 하원 시킨다는 회사 동료의 아내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운전대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채로 카타르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출국 전 도로 연수를 20시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면허증'을 곱게 챙겨 카타르로 떠났습니다.



카타르에 거주하면서 '3종류의 증'에 접수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국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거주 허가증 (Qatar ID)이고, 두 번째는 의료 카드(Health card, 카타르 공공 의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카드) 그리고 세 번째가 현지 운전면허증이었습니다. 각각의 증에는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있었습니다. 거주 허가증을 위해서는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등을 했고,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서는 시력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결과지가 나오면 이것을 가지고 유관 기관에 가서 접수를 해야 비로소 증이 나옵니다. 남편 회사에서는 카타르에 처음 와서 경황이 없었던 저를 대신하여 서류를 접수해 주었습니다. 카타르에 거주 한지 3주쯤 지나서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았고, 한 달쯤 지나 의료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그리고 12월 말쯤, 남편 회사 직원이 운전면허 교환 발급을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지 운전 면허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008년 1월 부로 카타르 교통국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더 이상 카타르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 발급해주지 않는다. 별도의 시험을 봐서 면허증을 취득해라.



부푼 마음으로 첫째를 보낼 유치원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요? 그런데 사실 카타르는 일부 국가에 대해서만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별도의 시험 없이 카타르 현지 면허증으로 바꿔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카타르에 특별히 잘 보여서도, 지대한 도움을 주어서도 아니고 국가 상호 간 협정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그렇게 선택받은 국가 중 하나였는데 돌연 규정이 변경되었다니...... 가슴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사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소식이었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바로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사관에서는 자기네들도 아직 연락받은 게 없다면서 기다려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뭔가 잘못 전달된 거겠지.'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시간은 점점 지나고 대사관에는 아래와 같은 공문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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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png 출처: 주 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




규정을 바꾸려면 최소 일주일 전이라도 미리 공표를 해야 하는 게 합리적인 거 아닌가 하는데 카타르에선 그런 게 얄짤 없나 봅니다. 억울한 마음에 대사관에 통화를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카타르 교통국에서 1월에 갑작스럽게 훈령을 바꾼 관계로 한국 운전면허 소지자도 필기 및 실기 시험에 합격해야 현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였습니다. 그 무렵 카타르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Doha news 사이트로부터 아래와 같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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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png 출처: Doha news


해석: 2018년 1월 1일 부로 카타르 교통국 훈령이 바뀌었다. 종전에는 자신의 나라의 운전 면허증을 제시하고, 시력검사만 받으면 카타르 면허증으로 교환 발급해줬었는데, 이제는 운전면허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해야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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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png 출처: Doha news


해석: 카타르의 인구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이는 공공 기반 시설에 부담을 주며 피크타임 시 교통 혼잡을 야기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이 문제와 씨름했다.

예를 들면, 정부는 240개의 직종에 일하는 외국인이 면허를 획득하는 것을 금지했다. 작년에는 GCC 국가에서 발행된 면허증을 소지한 외국인이 이를 카타르 면허증으로 교환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6년에는 많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이 면허 시험을 치기 전에 운전 연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최근에 발표된 정부 통계는 이러한 제한 조치로 효과를 보았다는 걸 입증했다. 2015년 12월과 비교하여 2016년 12년에 약 30% 더 적은 신규 차량이 카타르에 등록되었다. 반면에 중고차 시장을 상황을 반영하는 소유권의 이전은 1년 사이 4% 감소하였다.



카타르 정부는 도로 위의 많은 차들로 인해 출퇴근 시 상습적인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것을 골칫거리로 삼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외국인의 운전면허 발급에 대해서 제한을 걸었던 것이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희생양이 하필 나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또한, 운전면허 관련 서류는 12월 초에 회사에 제출했었는데 담당 직원이 업무로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고, 12월 말이나 되어서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서류를 회사에 낼 것이 아니라 바로 교통국으로 가져갔으면 면허증을 벌써 발급받았을 텐데 회사만 믿었다가 이렇게 되었네' 하면서 남편 회사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운전면허를 포기하고 '우버'를 타고 다니느냐, 아니면 운전면허 시험을 치느냐 기로에 섰고, '밑져야 본전이지' 하며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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