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모든 면에서 초짜

by 드림별

20살 때 처음 면허를 땄다. 운전을 할 기회가 없어서 장롱에 고이 모셔둔 면허증을 카타르로 가게 되면서 먼지를 다시 털어냈다. 면허 시험에서 7차례 떨어지고 극적으로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운전이 문제다. 중동의 운전은 한국과는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억 단위가 넘는 고급 차가 도로에 즐비하다. 자동차에 무지한 나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럭셔리한 외제차가 하루에도 수십 대씩 내 앞을 지나간다. 운전대를 꼭 잡은 두 손에 땀이 나게 시리. 또한 운전 난이도 만렙 정도 되는 회전 교차로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현지 면허증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내게 회전 교차로는 생각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손이 덜덜 떨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신호가 없어 100% 눈치로만 진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가고 계속 대기하고 있으면 뒤차가 머리가 어질 할 정도로 경적을 빵빵 울려댄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일단 차 머리를 들이 라 치면 이미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이 일말의 틈도 없이 쌩 돌아나갔다. 어렵다고 포기하기엔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유치원 등록금도 완불했는데 운전이 무서워서 등원을 못 시킨다는 건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일이 아니던가? 도로 위

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운전 실력을 키웠다. 한 번의 차량사고는 나를 한 뼘 더 발전시켰다. ‘회전교차로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떠들 때쯤 귀임 발령을 받았다. 한국에 귀국하고도 계속 첫째를 라이딩했다. 그렇다. 나는 현재 4년 차 드라이버다.



이제는 초보 딱지를 뗄 법도 한데 고속도로 운전은 몸을 사리며 동네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운전을 함에 있어서 무거운 책임감과 짐스러운 마음을 덜어내려고 아직도 ‘초보’ 자를 차량 뒷 유리에 붙이고 다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운전뿐만 아니라 육아도 요리도 모든 게 아직도 초보자스럽다. 8년 차 주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 마음을 몰라줘서 수시로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계란찜을 만드는데 불 조절에 실패해서 뚝배기 그릇을 까맣게 태운다. 운전은 초보자를 자처해서 아직도 조심조심 핸들을 돌리는데 육아나 요리는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자만하지 말고,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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