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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Aug 05. 2023

토마토 마리네이트

챠챠



아이가 방학을 하면서 나는 요리를 서서히 끊었다.

나는 일을 하고, 아이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학원을 간다. 내가 먼저 집을 나서고, 돌아오기 전에 아이는 집을 나선다. 우리의 시간은 조금 어긋난 채로 흘러간다. 일찍 나가는 나는 먼저 밥을 먹고, 아이는 빈 집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며칠 그러다가 아침을 끊었다. 나도, 아이도.

"혼자 먹으려니 배가 안 고파."

아이가 말했다. 해 놓은 밥은 찬밥이 되어 냉장고에 쌓여갔다.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먹고 저녁은 배달 음식을 먹거나 식당에서 해결하는 데 익숙해졌다.

냉장고에 방울토마토와 가지, 사놓고 방치된 식재료가 보였다. 방울토마토를 보자 작년 요리 수업 취재 때 먹어 본 토마토 마리네아트가 생각났다. 토마토에 열십자 칼집을 내어 데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울토마토로 몇 가지 요리를 실습했었는데, 투명하고 새콤한 맛이 입에 맴돌았다. 그때 제작한 책자를 뒤적여보니 토마토 피클, 토마토 장아찌, 토마토 츠케모노, 토마토 마리네이트를 먹었었다. 

상큼하고 새콤해서 자꾸 집어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대체 어떤 요리의 맛이 생각났던 걸까.

또 그때 만들었던 가지 덮밥도.

난 원래 가지를 먹지 않는다. 흐물거리는 식감이 싫어서, 반찬으로 나와 있어도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데 된장 소스를 바른 가지 덮밥은 내가 그동안 생각한 가지와 너무 달랐다. 수분을 빼서 물컹한 느낌이 덜하고 된장 소스를 발라 입맛을 돋운다. 그때 가지 덮밥을 만들어서 차에서 먹었다. 인터뷰 가기 전 점심으로 허겁지겁 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남김없이 먹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여서 차에 두면 음식이 금방 쉴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먹었는데 먹다 보니 남겨놓기 아까울 지경이었다. 

머릿속에서 나는 요리를 했다. 냉장고 속 식재료는 생기를 잃어가는데, 나는 싱싱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상상을 이어갔다. 작년 이맘때 먹은 맛을 상상하며. 

그리고 저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당에 가서 먹는다. 어제도,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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