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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Aug 16. 2023

다시 돌아 올 부메랑

촘촘



아침 출근길, 라디오를 들었다. 원래 같았으면 음악을 들으면서 이동하는데, 무심결에 라디오를 틀었다. 공교롭게도 음악 어플이 로그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들을 수 있는 라디오는 김영철의 파워 FM이다. 그중 직장인 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지금 직장에 다니지 않지만 흥미로운 키워드가 나왔다.

라디오에서 '부메랑 직원'이라는 신조어였다.

부메랑 직원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메모를 했다.

글 쓰고 싶게 하는 단어였다.

부메랑 직원이란 퇴사 후 재입사하는 직원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다니던 직장을 나와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같은 직장으로 돌아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한 번 발을 빼면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인식이 그랬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달라진 게 너무 많아 버거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직장에 갔다가 다시 원래 직장으로 오거나 공부를 하다가 돌아오는 직장인이 늘었고 면접관들도 오히려 좋게 본다. 한 번 이 회사를 경험해 봤으니 적응이 빠르고 일처리도 낫다며 다시 돌아오는 직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추세라고.


한 청취자가 문자로 부메랑 청취자는 어떻냐고 의견을 물었다. 김영철은 의외인 대답을 했다.  다른 라디오를 꼭 듣고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청취자로서 한 프로그램만 들으면 디제이가 진행을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타 라디오 방송을 듣고 오라는 건 자신이 하는 방송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멘트다.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좋았다.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뒤가 꿀릴 게 없다는 것.

최근 내가 겪은 일이 생각났다. 내가 김영철 멘트에 공감한 건 아무래도 내가 자주 쓰는 말 때문일 거다. '꼭 저랑 일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른 업체와 일 해보시는 걸 추천해요.'라는 뉘앙스로 상대방에게 권할 때가 있다. 내가 말하고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말한 적도 있다.

나처럼 일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걸? 타 업체를 경험해 봐야 몸소 느끼지, 안 그러면 모르니까. 이건 내 속 마음이다. 정말 다른 곳과 차별화된 일처리방식을 가진 건 사실이니까. 여러 번 업체를 상대해 본 담당자는 안다. 내가 처음인 담당자라면 당황스럽겠지만.

그러니까 나도 언제부턴가 부메랑을 환영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오기 전 꼭 다른 곳을 들렀다 왔으면 하는 바람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 그렇지만 내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구는 건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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