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면 책방을 꾸리는 게 꿈이에요. 그야말로 할머니 책방인 셈이죠. 책방이 클 필요는 없어요. 아담한 공간이면 충분해요.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정도로 지내보려고요. 책 사이에 둘러 쌓인 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겠지요.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려 줄 거예요.
그런데 보통 집에서 커피를 타 먹는 것 같은데 표현할 때는 커피를 내려 준다고 할까요?
핸드드립 커피를 먹는 집은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집에서는 커피 머신을 써요. 버튼을 누르면 원두를 갈고 커피가 나와요. 머신이 커피를 내려 준다고 해야 어울릴까요. 아니면 커피를 뽑는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찾아보니 '커피를 내리다'는 드립 커피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했을 때 쓰는 표현이래요.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신다'라고 하죠. 학교 다닐 때 자판기에서 밀크 커피를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동전 두세 개 넣고 뽑아 먹은 커피가 제일 맛있었어요.
가끔 일하러 마을회관에 가면 어르신들이 해주시는 게 있습니다.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타 주시는 거예요. 어떨 땐 먹을 때까지 권하기도 해요. 손님이 오면 커피를 꼭 대접해야 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달달해서 맛있으니 마시라는 거죠. 글 쓰다 보니 함께 믹스커피를 마셨던 어르신들 얼굴이 떠올라요.
진짜 너무 잘해주셔서 행복했던 기억이 담겨 있어요. 노트북 들고 가서 어르신 말 한마디 한 마디 담아내는 저를 보고 안쓰러워해 주셨거든요. 보다 못한 어르신이 다가와서 어깨를 주물러 주셨어요. 그분은 제가 일 끝나고 집에 갈 때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 주시던 분이에요. 다른 분들도 정이 많았어요. 저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주면서 본인은 먹고 싶지 않은데 저 혼자 민망할까 봐 같이 먹어 주던 분도 있었어요. 제가 쓴 자서전을 들으며 어르신이 눈물 흘린 날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며.
아주 어릴 때 기억으로 돌아가보면 집에 커피 알갱이, 설탕, 프리마가 똑같은 뚜껑 용기에 담겨 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삼삼삼 또는 이삼이 뭐 취향 따라 커피 알갱이 세 스푼, 설탕 세 스푼, 프리마 세 스푼을 컵에 덜고 뜨거운 물을 따라 티스푼으로 저어 마셨어요. 어떤 사람은 사발에 커피를 타서 먹는 대요.
믹스커피를 마시다가 카페 가면 생크림 듬뿍 올린 카페 모카만 먹었어요. 지금은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셔요. 아니면 카페 시그니처 커피.
커피를 타 마시든 내려 마시든 상관없어요.
카페에서 마신 커피보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둘러앉아 마셨던 믹스 커피가 맛있어요. 그때가 계속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