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마을여행_정숙옹주 태실지
산척저수지가 동탄 호수 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하면서부터 자주 찾아갔다. 집 가까이에 있어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 곳이다.
작년 가을, 호수 공원에 태실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오히려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때는 표지판조차 없었고, 태봉산 정상에 있다고 하니 부담스러웠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태실지’를 목록에 넣었다. 화성시에 있는 유일한 태실지라고 하는데, 꼭 가봐야 하지 않을까. 가까이 있어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소개하고 싶었다.
호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평소에 공원을 가면 루나 분수 정면 방향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반대로 레이크자이 더 테라스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앞에 바로 태봉산이 있기 때문이다.
걷다 보니 갈색 표지판에 적힌 ‘정숙옹주 태실지 60m’가 보였다. 그동안 너무 무심히 지나갔던 곳이었다. 60m만 가면 된다고? 이상하다. 태실지는 분명히 태봉산 정상에 있다고 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높지 않은, 4층 높이의 건물을 슬쩍 가리는 산이라는 걸 지나갈 때마다 봤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생각해보니 화성시에 있는 산들은 대부분 높지 않다. 무봉산이 제일 높은 산인데, 해발 360.2m이다.
60m의 태봉산 정상을 향해 가면서 웃음이 났다. 나지막한 나무 계단을 3분 정도 올라가니 태실지가 보였다. 향토 문화재로 지정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별다른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좀 아쉽다. 미리 찾아보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 태실지가 있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모르고 돌아갈 것 같다.
태실비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초록빛 둥그스름한 자국이 있었다. 나무가 나이테로 세월을 알리듯, 비석도 그런 자국을 드러내는 건가. 비석에 새겨진 글 상태는 양호했다. 그렇기 때문에 태실지의 주인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테지.
주변을 휘, 둘러봤다. 태를 묻을 때 풍수적으로 좋은 곳을 찾아 골랐다고 하니, 내가 서 있는 곳은 명당. 자주 다녔던 장소가 왠지 달라 보인다. 어떤 이유로 왕실의 선택을 받았을까. 호수공원 이전에는 낚시터, 그전에는 농사에 필요한 물을 대던 저수지. 또 그전에는 농사짓던 땅이었을 것 같은데.
누구의 태실인지 밝혀진 지도 얼마 안 됐으니, 태실지의 존재가 무색했을 터. 관심조차 받지 못한 시간이 길었을 것이다. 태실지의 의미를 알고 나니 더 안타깝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이 훼손했던 우리 문화를 함께 끊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