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마을여행_홍법사 홍랑각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의 청명산자락에 홍법사가 있어. 이 절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지.
조선 시대 광해군 3년(1611) 때 있었던 일이야. 조선은 명나라와 금나라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어.
홍법리는 남양홍씨가 모여 사는 마을이었어.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바닷가에 나가 일을 하며 평화롭게 지냈지. 이 마을에는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홍만석의 딸, 홍랑 각시가 살았어.
어느 날이었어. 명나라 관원들이 배를 타고 마을에 들이닥쳤어.
“천자의 후궁이 될 여자를 골라 데려갈 것이다.”
관원들은 마을을 샅샅이 살피면서 예쁜 여자를 찾아다녔어.
마을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지. 모두 힘을 합쳐 처녀들을 꼭꼭 숨겼어. 결혼한 여자들은 혼인했다는 표시로 머리를 올렸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었지. 명나라 관원들이 돌변해서 모두 데려갈 수도 있으니 말이야. 홍랑 각시도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기로 했어.
사람들은 쉬쉬했지만, 홍랑의 이야기는 명나라 관원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어. 관원은 마을을 더욱 들쑤셨어.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지.
“내일까지 당장 내 앞에 홍랑을 데려와라. 그렇지 않으면……!”
관원은 바짝 약이 올랐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으름장을 놓았지. 홍랑의 아버지는 홍랑이 결혼한 몸이라고 말했지만, 관원은 막무가내였어. 관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홍만석을 쏘아보았지.
“제가 천자의 후궁으로 갈 테니, 더는 우리 마을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홍랑은 어쩔 수 없이 관원을 찾아가서 조곤조곤 말했어.
“소원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물, 모래, 대추 서 말을 함께 가져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지.”
관원들은 홍랑을 데리고 명나라로 떠났어. 천자는 홍랑을 보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었어. 홍랑을 후궁으로 맞이하고 온갖 대접을 다 해주었지.
하지만 천자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홍랑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 천자가 주는 건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지. 가지고 간 모래를 뿌리지 않으면 명나라 땅도 밟지 않았어. 고향에서 가져온 대추와 물만 조금 먹을 뿐이었어.
날이 갈수록 홍랑의 몸은 약해져 갔어. 매일 고향을 그리워했고, 부처님께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 홍랑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천자는 자신의 곁을 떠난 홍랑을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아누웠지.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었고, 어떤 병인지조차 알아내지 못했어.
어느 날, 천자의 꿈에 홍랑이 나타났어.
“부디 저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래야 병이 나으실 겁니다.”
홍랑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청했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알려 주거라.”
“폐하, 돌배에 제 혼이 타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저를 닮은 보살상 하나와 열두 명의 사공을 무쇠로 만들어 함께 태워주십시오.”
“알겠다. 그리하겠다.”
명나라 황제는 꿈에서 깬 뒤, 사람들에게 명을 내렸어.
“이름난 석공을 불러 홍랑 보살을 만들게 하라. 무쇠 사공과 돌배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황제는 홍랑을 위해 백일기도를 드렸어. 기도가 끝나던 날, 물건이 모두 만들어졌지. 돌배에 홍랑 보살과 사공을 태웠어. 배는 철썩거리는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갔어.
홍랑은 홍법리 마을 어르신의 꿈에도 나타났지.
“며칠 뒤면 제가 앞바다에 도착합니다. 절을 지어 보살상과 무쇠 사공을 함께 모셔주세요.”
어르신은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전했어.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다로 나가보았어. 정말 돌배가 다가오고 있었지. 모두 힘을 합쳐 보살상과 두 명의 사공을 내렸어. 그 사이에 돌배와 나머지 열 명의 무쇠 사공은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버렸대.
마을 사람들은 홍법사를 지어 홍랑 보살과 무쇠 사공을 모시게 되었단다.
▶ 마을여행 ‘홍법사’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홍법사길 160
▶ 함께 둘러볼 만한 곳
-남양홍씨 묘역(경기도 기념물 제168호)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 산30번지
-홍담 효자각 (화성시 향토유적 제4호)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 산32번지
-곡좌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