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홍씨의 흔적이 있는 홍법리

다섯 번째 마을여행_홍법사 홍랑각

by 챠챠

홍법사로 가는 길은 좁았다.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도로가 전부였다. 다행히 반대편에서 차가 내려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했다. 가는 길에 안내판이 있었다. 뭐지, 궁금해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홍진도 묘, 홍언필 묘에 대한 소개와 비문이 세워져 있었다. 뒤로 보이는 언덕에는 남양 홍씨 묘역이 보였다. 이곳에는 홍언필, 홍섬, 홍진도, 홍한 등의 봉분 11기, 문인석 10기, 동자석 2기, 망주석 10기, 묘비 4기. 상석 5좌, 향로석 5좌, 신도비 5기가 있다. 도로에서 언덕을 올려다보니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있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혹은 나무의 가지가 팔 벌려 다른 나무를 안아주려는 듯.

다시 홍법사를 향해 올라갔다. 달리던 길의 끝, 청명산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초록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이 신비로워 보였다.

20200611_142320.jpg 홍법사 홍랑각

가장 먼저 이야기의 주인공인 홍랑 각시를 모시는 ‘홍랑각’으로 갔다.

홍랑각 외부 벽면에는 벽화가 빙 둘러 있었다. 홍랑이 명나라 관원들에게 끌려가는 모습, 배를 타고 가는 장면, 물과 대추가 있는 상 앞에 앉아있는 그림, 명나라 황제 천자의 꿈, 홍랑의 혼이 보살, 열두 사공과 함께 돌배를 탄 모습이었다.

홍랑각 현판 아래에 한쪽 문이 열려 있었고 커다란 액자 그림이 보였다. 초록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홍랑 각시의 초상화다. 그 아래에는 초와 향꽂이에 꽂힌 향이 있었다.

평일 한낮이라 그런지 주변은 한적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움직이는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뿐이었다. 내 인기척 탓인가, 새소리가 쉼 없이 들렸다. 여느 산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맑았다. 나무를 올려다봤지만 어떤 새인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보였다 한들, 새의 이름은 알 수 없었겠지만.

절 가운데에는 홍법사라고 새겨진 비석이 있었고, 그 위로 대웅전이 보였다. 대웅전 앞에는 오층석탑과 안내판이 있었다.

대웅전 올라가는 길은 두 곳인데, 첫 번째는 계단 양옆에는 동글동글한 나무가 쭉 서 있는 돌계단이다. 두 번째는 낮은 언덕길인데 왼쪽에는 산, 오른쪽에는 낮은 기와 돌담이 이어져 있었다. 나무가 우거져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길, 어느 쪽으로 가도 좋다.

20200611_142644.jpg 홍랑각 옆으로 난 길

대웅전 안에는 명나라에서 돌배를 타고 온 보살상과 사공 2기가 있다.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누가 있었더라면 부탁이라도 해봤을 텐데……, 다음에 볼 기회가 있겠지.

홍법사는 다른 절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아기자기했다. 구석구석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화단에는 소담스럽게 핀 꽃이 있고, 비탈진 곳에는 나무가 절 문양대로 깎아져 있었다. 작은 곳 하나하나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절을 다 둘러보고 나올 때쯤, 강아지 두 마리가 내 앞으로 왔다. 아까 분명히 울타리 안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안에 사람이 있었나. 내가 둘러보고 가기를 기다린 건가. 궁금했지만 여전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갈색 강아지는 내 주변을 떠나질 않았다. 차를 탔는데도 옆에서 계속 맴돌았다.

“저리 가. 다쳐. 차 움직일 거야.”

내가 손짓하니, 강아지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강아지는 내가 언덕을 내려갈 때까지 계속 바라봤다. 굽은 길로 돌기 전에 사이드미러를 보니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배웅해주려고 나온 거니?

절을 둘러보는 내내 적막했더라면 쓸쓸했을 텐데, 너희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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