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다마을 '화성사용설명서'
한창 더울 때는 이 더위가 대체 사라지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벌써 가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흰 반소매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보려고 진작 사두었거든요. 코로나 19로 활동은 조금씩 밀리고, 저녁 무렵이면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조금 지나면 긴 옷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아 얼른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얀 티셔츠의 뒷면에 ‘화성사용설명서’를 쓰고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글자는 스탠실로, 그림은 자유롭게 표현했지요.
무엇을 그릴지 곰곰이 생각하는 아이도 있었고 바로 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었어요. 하얀 바탕에 알록달록 화성사용설명서가 눈에 띕니다.
“이 옷은 절대 빨면 안 돼.”
옷에 패브릭마카로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이라 혹시나 자신의 그림이 지워질까 염려되나 봅니다.
우리가 만난 날은 유난히 햇볕이 강했습니다. 반소매 입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조바심낸 게 무색할 만큼 더웠지요. 마스크를 낀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움직였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옷을 맞춰 입은 게 좋은지 뒷모습을 한껏 뽐내봅니다. 손을 잡고 달리거나, 킥보드를 타고 줄지어 다니거나 어떻게 다녀도 예뻐요.
작은 활동이 하나씩 아이들의 마음에 쌓여가는 게 보여서 좋았습니다. 마을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고 나서부터 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모습도 예쁩니다. 서로 규칙을 정해서 지키는 것도, 옆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가 되어가는 태도도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