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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Feb 16. 2022

1인 출판사 등록하기

챠챠책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고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딸의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방학마다 마을학교 강사와 도서관 방학 특강 강의를 하느라 더욱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다는 건 핑계다. 마음속으로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던 글에서 손을 놓았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괜히 강의 계획안을 짰다. 잠깐 쓰던 동화를 들여다봤지만, 단 한 줄도 이어가지 못했다. 블로그나 sns에 가벼운 끄적임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내 기준으로 글이란, 픽션을 말한다. 12월 말부터 오늘까지 대략 두 달이 흘렀다. 아이가 학교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봄이 다가왔을 때, 나의 위치에 대한 조바심은 더해갔다.

 2020년에 문득 출판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렸다. 출판사를 열어서 내 책을 내고 싶다고. 그리고 <챠챠네 마을여행일기 보.여.요.>라는 책을 내면서 출판사 이름에 챠챠책고라고 적었다. 그게 다였다. 망설였던 이유는 하나였다. 매달 나가는 세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필요했지만, 사업자를 내기엔 수입이 적었다. 출판사 이름만 지어 놓은 채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2022년 내게 기회가 왔다.

 2018년부터 화성시 마을 기록을 하며 시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서, 혹은 저자로 참여해서 매년 책이 나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즐거워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일이 조금씩 늘면서 사업 의뢰가 들어왔다. 시에서 하는 일이라 개인에게는 일을 맡길 수 없고 개인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작년에 작업했던 마을 잡지를 올해도 이어가려는데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협업 제안도 있었다. 뭉그적거렸던 1인 출판사를 열어야만 할 명목이 생겼기 때문에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내 주변의 모든 상황이 내가 출판사를 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출판사 이름은 이미 '챠챠책고'로 정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을 통해 확인만 했다. 챠챠는 내 성을 땄다. 책고는 여러 뜻이 있는데 한자로 쓰면 책 책(冊) 곳집 고)庫)이고, 책을 간직하여 두는 창고라는 의미다. 책Go, 책 읽는 고양이라는 뜻도 담고 싶었다. 나는 고양이 캐릭터를 좋아한다. 한자로 옛 고, 높을 고라고 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 신고를 해야겠다. 지역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화성시에는 시청 문화예술과가 출판사 신고업무를 담당한다. 시청 담당 주무관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집에서 시청까지 1시간 걸리기 때문에 미리 서류를 준비해뒀다가 아이가 학교에 가면 움직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출판사를 등록하려고 하는데, 준비해서 갈 서류가 있을까요?"

 "오시지 않아도 돼요. 메일 주소 남겨주시면 필요한 서류 안내해드릴 테니, 준비해서 메일로 회신해 주세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인터넷으로 1인 출판 등록하는 방법을 수없이 검색해봤을 때는 한결같이 방문해서 접수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신고서를 작성하고, 신분증 사본과 임대차계약서를 스캔해서 보내기만 하면 된다기에 그날 바로 보냈다. 같은 날 오후, 출판사 등록 면허세를 납부하라는 문자가 왔다. 

 "면허세 납부하고 난 뒤에 뭘 해야 하나요?"

 "제가 납부 확인하고 월요일에 바로 등기 보내드릴 거예요."

 면허세를 납부한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주무관이 월요일 아침에 등기를 보냈고, 화요일에 받아볼 수 있었다. 정말 일이 빠르게 흘러갔다. 친절한 주무관 덕분에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한 걸음을 뗐다고 봐야 하나? 나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부담감이 심하게 찾아오고 떨린다. 수없이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또 읽는다. 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적으로 한다. 그러다 지쳐서 손을 놓기도 하는데,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다. sns에 출판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올렸는데 작가님들이 많은 축하와 응원을 보내줬다. 지인들도 축하 댓글을 남겼다. 이름이 좋다고 하는 말에 기분이 좋았고 무언가 하고 있어서, 정체되지 않아서 안도했다. 그러나 정말 잘한 지는 모르겠다. 나는 마음이 작아서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을 안고 갈 것이다.

다음 단계는 일반사업자를 내고, 사업자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전에 책 제작 미팅이 잡혀 있어서 일정 조율 및 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디자인 계약서도 써야 하고, 최종 견적서도 확정 지어야 한다. 낯선 일이 막 몰아쳐서 내게 오면, 한동안 또 책과 글에서 멀어질까 두렵다. 

 오늘 열심히 글을 쓰는 쌤의 sns를 읽다가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에 온 힘을 다하는 쌤이 부러웠다. 내가 그 정도로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나, 노력하지 않고 남 탓만 했던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정신이 아늑해질 지경이었다. 책을 보려고 폈다가 덮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이런 글이라도 남겨야 할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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