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등록을 하고 몇 주가 지난 오늘에서야 사업자등록을 했다. 머뭇거리는 성격은 여전히 버리지 못했고 결국 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미룬 탓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서류를 챙겨 나섰다.
세무서를 난생처음 가봤다. 조금 떨리고 걱정이 됐다. 아마 기억 속 세무서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아서겠지.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세무서는 찻길 옆 언덕 위 건물이었다. 대체 뭘 하는 곳일까. 어른들만 드나드는 그곳에서 우리는 언덕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우다다다 뛰어 내려가면 보이는 이차선 도로.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도로인데, 차가 빠르게 달려 길 건널 때 긴장이 됐다. 아이들은 무섭지도 않은지 언덕 아래로 내달렸다. 그러다 넘어지면 무릎이 쓸려 피가 났다.
그곳에서 한 남자아이가 킥보드를 탔는데 속도가 점점 붙어 멈춰지지가 않았다. 차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췄고 아이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보다 어린 동네 꼬마였다.
세무서는 나에게 그런 곳으로 남아있었다.
오늘 간 곳은 건물 안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양쪽으로 자동문이 있었고, 나는 오른쪽으로 갔다.
옆에 놓인 서류 한 장을 쓴 뒤 번호표를 뽑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줄곧 매달고 다니던 끈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 들었다.
신분증, 출판사 등록증과 작성한 서류를 냈다. 금방 사업자 등록증이 나왔다. 출판업 외에 다른 일도 겸해야 해서 개인사업자를 냈다.
들어왔던 문을 나서 건너편으로 갔다. 그곳에서 전자세금계산서 보안카드를 발급받았다.
한 가지를 해결하니 마음이 놓였다. 바로 근처 은행으로 갔다. 은행에서 기다린 시간만 한 시간이 넘었다.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을 내고 싸인을 여러 번 했다. 사업자 통장 계좌번호에 내 핸드폰 번호를 넣었다.
벌써 세금 신고 걱정이 된다. 차근차근 배우면 될 일인데 조바심이 앞선다.
사업자를 냈다는 소식을 sns에 올렸더니 축하 댓글이 달렸다.
이건 나에게 큰 도전이고 축하받을 일이다. 괜찮다. 시작하면 별 거 아니다.
나는 변화를 무척 힘들어 하지만 맞서는 중이다.
챠챠책고 이름을 앞세워 많은 일이 벌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