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만 격리하면 해제다.
벌써? 즐겁게 보낸 것도 아닌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듯하다. 나는 집순이가 체질이었던 걸까. 마트나 음식 배달 한 번을 하지 않았다. 내내 냉장고를 털어서 음식을 해 먹었는데 아직도 냉장고는 가득 차 있다.
아침에 식빵 한쪽을 먹었다. 입이 깔깔한데 잡곡이 가득 박힌 식빵을 바싹 구웠더니 잘 넘어가질 않았다. 귤 마멀레이드와 우유 거품을 채운 따뜻한 라테를 곁들였지만 맛이 겉돌았다. 탕종 식빵이 먹고 싶다. 다른 빵에 비해 식빵은 까다롭게 고른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특유의 담백한 맛이 나는 빵이 생각났다. 빵을 별로 즐겨 먹지 않는데 상황이 이러니 절실해진다.
어제 주문한 아이 책이 왔다. 아이가 심심해하던 차에 잘 됐다. 상반기 도서관 프로그램 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강의가 두 곳에서 열린다. 목요일, 금요일인데 하나는 영화, 하나는 독서회다. 두 개 다 듣고 싶지만 항상 글쓰기 과제가 주어져서 망설여진다. 일주일에 에세이 두 편에 개인 글까지 쓰려면 무리기 때문이다. 책도 읽어야 하고, 매주 영화까지 보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긴 하다. 다음 주 접수니까 일정을 보고 더 고민해봐야겠다.
내가 집에서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내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다른 사람은 더 달려가는 것 같아 보인다. 나만 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면 어쩌나, 왜 자꾸 주저앉을까.
침대 옆에 있는 책을 읽었다.
"네 마음은 네가 송도까지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네 몸한테는 그 사실을 일러 주면 안 돼.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에 하루.
이처럼 한 번에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돼.
그러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음이 지치는 일이 없을 거야.
하루에 마을 하나씩. 목이야,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지치지 않도록 한 가지씩.
하나만 떼어 놓고 보자.
내 마음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 테니까.
두루미 아저씨가 목이에게 한 말이 내게 자꾸 닿는 날이다.
"목이야, 문을 닫아 버린 바람이, 다른 문을 열어 주기도 하는 거야."
<사금파리 한 조각>에서 나온 말이 자꾸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