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통지서

코로나19

by 챠챠


약을 먹으니 침대에 눕기만 하면 금방 잠이 든다. 하루 종일 자도 개운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몽롱한 기운이 썩 좋지 않다. 발을 디디면 바닥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낯설다. 나와 바닥 사이의 미묘한 공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벽 4시에 깼다. 기침이 나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오늘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미 밤 12시를 넘겨 하루가 지나버리긴 했지만 일어난 김에 글을 쓰고 자기로 마음먹었다.

아까 낮에 문자로 격리 통지서가 왔다. 격리기간이 적혀 있었다. 당연히 일요일까지 집에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토요일이었다. 코로나19로 병원에 개별 격리가 되던 때 걸리지 않았고,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잘 지나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초기에 미열이 났었지만 약을 먹은 뒤에 열이 떨어졌다. 학교 반 배정이 나고 필요한 준비물 안내문도 왔는데 벌써 가방을 싸 놓는 걸 보면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은지 티가 난다. 이름 스티커, 고학년용 노트 몇 권을 주문했다.

나는 오늘도 꾸러미에 쓸 재료를 택배로 받았다. 집에 상자가 쌓여 간다. 한 가지 빼고 모두 도착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 한 기관에서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아이들 일대일 매칭 수업인데, 지원하지 않은 곳이지만 전화로 요청이 들어와서 일단은 하기로 이야기했다.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다.

두루뭉술하게 잡아 놓은 일은 여러 개인데 날짜가 정해진 일은 한 개다. 꾸러미를 준비하고 있는 초등 수업뿐이고, 나머지는 요일이 정해지지 않았고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데 모두 시간을 쏟고 싶기도 하다. 강의와 글 쓰는 시간, 독서, 모임 등을 하자니 일주일이 꽉 차 버리니 뭐 하나 줄이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꼴이다. 그래서 자꾸 제자리걸음인가 싶기도 하다. 나는 지금 모든 면에 있어서 미적거리는 상태다. 자잘한 것까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느끼면서도 어쩌질 못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일정하지 않은 수입이다. 단 기간에 일이 끝나면 또 잡아야 하고 여러모로 참 불안정하다. 쉬고 있자니 어느 하나 편하지 않다. 오롯이 쉬는 것만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고.


격리 통지서에 날짜는 정확하게 나왔는데 그때가 되면 정말 외출을 해도 되는 것인지, 점점 심해지는 기침이 그날부터 뚝 멈출지 모르겠다. 금요일은 내가 코로나를 전염시킬 수 있는 상태이고 토요일에는 그럴 걱정이 없는 몸으로 바뀌는 것인지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문자로 통지가 왔고, 괜찮다고 하니 그런 줄 알 뿐이다. 통지서대로라면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이틀 남짓 남았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언뜻 생긴다. 일요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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