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 여행 준비
태국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일정을 기록해놓지 않아 대략 시내 관광과 라차섬에 갔던 것만 기억난다. 푸껫에서 가장 물이 맑은 곳, 라차섬. 찰롱항구에서 작은 스피드 보트를 타고 30여분 달려서 도착한 섬이었다. 섬에서 내려 물에 떠있는 다리를 건너는데 물고기를 봤다. 작고 투명한 물고기 떼가 모여서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이었다. 초록빛이 섞인 옅은 파란색 바닷물과 바닥에 깔린 모래, 그 사이를 헤엄치는 모랫빛 물고기를 보며 한동안 자리에 서 있었다. 가까이 가면 방향을 틀어버리고 마는 물고기 떼는 흩어지지 않고 계속 모여서 둥그런 모양을 만들어 냈다. 라차섬에 이틀 정도 머물렀던가. 낮에는 스노클링, 밤에는 바비큐파티를 했다. 작은 마트에서 무엇인가 사 먹었던 기억도 갑자기 떠오른다. 특별한 가게가 있었던 것도,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섬을 잊을 수 없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스노클링을 하며 본 기억이 떠오를 정도다.
괌에 갔을 때도 가장 깨끗한 해변이라는 리티디안 비치를 갔다. 괌 국립 야생 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바다.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아 운전을 주의해야 하는 곳이었다. 곳곳에 패인 곳이 많아 요리조리 피해 가야 했다. 앤더슨 공군기지 근처였고 화장실이나 식당, 뭐 편의시설 따위는 전혀 없다. 물병에 씻을 물을 채워 겨우 모래만 털고 왔던 곳이다. 사람도 별로 없었고, 신비로웠다. 리티디안 비치에서 니모를 만났다.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쉬웠다.
국내 바다에 가면 물놀이를 하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외국 여행에서 바다는 자꾸 끌린다. 나는 제주도 여행에 가서도 아이손에 이끌려 물에 들어갔고, 시간을 거슬러 MT를 갔을 때는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투명한 물빛 배경 사진을 보면 누가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투명한 바다는 그 속을 알 수 있으니까 두려움도 사라진다. 소금기 가득한 끈적함도 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야가 어두운 곳에 내 발을 담그는 게 어느 순간부터 무서워진 까닭이다. 제주도 대명리조트 근처 바다에 갔을 때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뒤따라 몇 명이 비슷한 모습으로 다리를 만지고 있었다. 어느새 나타난 해수욕장 관리 요원들이 물속에서 해파리를 건져 냈다. 커다란 그물에 하얗게 투명한 해파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물은 몇 개나 계속 채워졌다. 나는 괜찮았지만 아이와 남편은 결국 해파리에 쏘였다.
신혼여행을 갈 때 찾아본 나라 중에 세이셸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 흔한 여행지가 아닌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떤 사진을 보고 검색하다 찾았겠지.
컴퓨터 이미지에 나오는 라디그섬의 앙수스다정을 봤었나. 자이언트 육지거북이가 곳곳에 사는 세이셀. 나는 우연히 투명한 바다에 사람이 작아 보이게 만들 만큼 큰 화강암, 그 앞에 외국인과 커다란 거북이가 있던 사진.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듯 보이는 바다에 가고 싶었다. 해변을 걷다가 우연히 거북이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4박 6일 일정, 빠듯한 예산 안에서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투명한 바다를 원하는 내게 여행플래너가 라차섬을 제안했었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나의 여행 취향이 투명한 물빛에 쏠려 있다는 거다.
얼마 전, 남편이 느닷없이 4박 6일 세이셸을 가자고 제안했다. 세이셸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면서. 세이셸은 공항이 있는 마헤, 프랄린 라디그 세 섬을 모두 가봐야 한다는데 어떻게 일정을 짜야 하나. 만료된 여권부터 갱신하고 생각하자. 여권 신청 후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여행지를 찾아보면서 4박 6일 계획은 8박 9일로 변경되었다. 아무래도 흔한 여행지가 아니다 보니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답답하다.
섬과 섬 간에 이동방법이라던지, 렌터카, 섬에 며칠씩 머무를지도 모르겠다.
지상 마지막 천국이라는 곳에 가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세이셸 날씨는 비, 해, 무지개 세 단어로 표현한다고 했던가. 한 단어가 더 있었나. 아무튼 그 말이 인상 깊다. 좋은 건 바로 메모를 했어야...
아마 여행 가기 전까지, 세이셸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지.
투명한 해변가를 걷다가 거북이를 만나면 나는 무엇을 할까.
세이셸이 내게 가끔 찾아오는 인생 전환점이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