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신 안 올 것처럼(feat. 거제와 통영)

chacha

by 챠챠

부쩍 여행 가는 횟수가 늘었다. 다녀와서 정리할 새도 없이 다시 떠나기를 반복했다. 딱히 어떤 계기가 있진 않았는데 가면서 이유가 생겼다. 초기에는 여행 계획이나 짐 싸기, 마음이 즐겁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더 쌓일 정도였다. 모든 일정을 내가 책임져야 하고 투덜거림도 들어줘야 했다. 이것도 몇 번 반복하니 달라진다. 블로그에 남겨놓은 기록을 보며 느낀다. 우리가 서툴러서 그랬다는 것을.


2023년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 동안 거제도와 통영시에서 시간을 보냈다. 몇 년 전, 거제도와 통영을 여행한 적이 있다. 2019년 12월 28일 겨울이었다. 오전에 아이 학교를 보내고 학원 끝날 시간이 되어 데리러 가려는데 갑자기 남편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거제 소노캄 예약을 하고 급하게 여행짐을 꾸려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블로그 기록에 의존해서 기억을 되살려봤다.

외도, 바람의 언덕, 매미성, 맹종죽테마파크에 다녀왔었다. 게시글을 보니 두툼한 롱패딩 입고 찍은 사진이 빼곡하다. 따뜻해서 아이스커피가 생각날 정도라고 써 놓은 걸 보니, 정말 춥지 않았나 보다. 2박 3일 동안 다녔던 곳을 보니 치열하게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 여행 스타일은, 다시는 안 올 것처럼 샅샅이 발도장 찍기였다.

2020년 4월 15일에도 나는 거제도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숙소는 거제 벨버디어였다. 매미섬,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서피랑공원 등을 다녀왔다. 확연히 코스가 줄었다. 그러나 서피랑과 동피랑을 모두 다녀온 것을 보면 여전히 나는 다신 안 올 것처럼 여행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터라, 대부분 마스크를 낀 사진뿐이다. 찬찬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때 있었던 일이 스치듯 기억난다. 동피랑에 올라가던 길 양쪽에 즐비한 가게, 그중 한 곳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는 간식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않으니 보는 음식마다 사달라고 했다. 4월이니 날이 따뜻했고 언덕을 오르자니 땀이 났다. 그래서 아이스크림가게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콘으로 한 개를 샀던가. 아이가 언덕을 오르며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느린 속도와 더위에 맞물려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땀을 흘리며 서피랑과 동피랑을 모두 돌아봤다.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통영바다를 꼭 담아내고 싶었다. 토지를 쓴 작가 박경리의 고향. 지나가면서 기억에 담아 놓았다.


이번 여행지를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거제도 매미성과 통영 동피랑 서피랑, 그리고 꿀빵이었다. 동피랑과 서피랑 사이, 아래에 있는 중앙시장 먹거리가 생각났다. 마지막 여행을 갔을 때 시장에서 회를 떠서 먹었는데 배불러서 먹다 남길 지경이었다. 우리는 바닷가에 가면 꼭 회를 먹는다. 몇 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시세가 어떤지 모르겠다. 그리고 간식으로 먹었던 꿀빵은 지역마다 나오는 간식거리 중 최고였다. 나는 달달하고 촉촉한 간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꿀빵이 입맛에 맞았다.

2박 3일로 다녀왔지만, 출발하는 날이 오후 늦게였다. 오전에 출발해야 오후에 어디라도 들렀다가 숙소에 들어갈 텐데 이제 아이 학원시간, 내 일하는 시간이 걸려서 오롯이 평일 하루를 빼긴 어렵다. 일정을 조절하면 가능하긴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당일날은 거제벨버디어 체크인 후 쉬었고, 다음 날 아침에 매미섬으로 갔다. 매미 성 앞바다는 몽돌해변이다. 바닷물이 밀려왔다가 쓸려내려 가면서 돌멩이가 자잘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바위틈에 엄지손가락 만한 꽃게가 보이고 물고기도 눈에 띈다. 처음 매미성에 갔을 땐 성을 먼저 보고 바다에 잠깐 있다가 왔다. 그다음에 갔을 때는 바다에 좀 더 머물렀었고, 이번에는 바다를 먼저 갔다.

다음 날은 통영 동피랑에 들렀다. 거제도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통영을 거치기 때문이다. 노점상에서 문어구이와 동전쥐포를 사고, 꿀빵을 사서 동피랑에 올라갔다. 비가 올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뉴스에 나왔으니 통영에도 금방 비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포루에 올라 간식을 먹었다.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주차 문제로 금방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서피랑은 갈 수 없었다.

집에 와서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다. 서피랑이 배경인 소설이다. 서피랑에 직접 가지 못한 대신 소설을 통해 여행했다. 책을 펴고 끝까지 다 읽으려 했지만 분량이 많아 그러지 못했다. 내가 다녀왔던 여행지가 배경인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걸었던 길을 떠올렸지만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다시 통영 서피랑에 간다면 또 다른 기분으로 길을 걸을 것 같다.

글을 쓰며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소설이나 에세이에 나온 배경지를 여행하면 좋겠다. 다른 가족은 관심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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