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스타트업 2화를 통해서 본
스타트업 임원. (드라마) 스타트업을 말하다. 두 번째 글.
tvN드라마 <스타트업> 2화 <FFF>의 리뷰를 겸하고 있습니다.
1화에서 등장인물들의 상관관계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마친 뒤 2화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 구조로 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서달미(배수지)와 남도산(남주혁)의 만남을 극적으로 꾸며주기 위해 여러 주변 인물들이 그 관계를 풀어주는 게 인상깊었던 2화.
달미는 편지로만 주고받았던 도산을 잊지 못했다. 사랑을 글로 배웠다고 해야 할까.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 제한적인 글 안에서의 도산은 거의 달미의 이상형에 가까워졌고, 그것이 지난 1화에서 원인재(강한나)가 주최하는 네트워킹 파티에 도산을 데려가겠다는 무리수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던 달미의 처지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지경.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한 능력자로 그려지는 달미는 의외로 카페에 방문한 고객층을 분석해서 그 들이 좋아하는 BGM과 가수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 관계를 풀어가고,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며 해당 점포의 하루 최대 매출을 경신하기에 이른다. 그런 능력을 가진 달미였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정규직은커녕 사표를 종용당하는 신세.
한편, 달미가 도산을 그리워하는 광경을 보다 못 견딘 할머니는 오랜만에 자신의 앞에 성공한 벤처투자가로 나타난 한지평(김선호)에게 남도산을 찾아달라 부탁한다. 드라마 속 우연처럼 남도산은 삼산텍이라는 AI 이미지 인식을 주된 과제로 하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고, 지평이 있는 투자사에도 문의를 넣어둔 것이 계기가 되어, 의외로 손쉽게 남도산을 찾아내게 된다.
찾아가 본 남도산의 삼산텍도 한심하게 그려진다. 부모님이 투자해서 친구와 같이 창업한 삼산텍은 코다라는 AI이미지 인식 대회에 나간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도 돈벌이도 전무했다. 부모님께도 설명하다가 이미지를 잘못 인식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그것마저 한심한 결과물로 취급받는다. 그런 도산의 사무실에서 그걸 모두 지켜본 지평은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달미도 매일 도산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차에 돈이 필요해진 도산이 박찬호의 사인볼을 팔게 되면서 그를 찾게 된다. 거래 약속을 잡고 둘의 드라마 같은 재회를 앞두고 갑자기 지평이 도산을 끌고 간다. 그러면서 달미와 가상으로 주고받았던 도산의 편지를 보여주고, 그에게 제안한다. 하루만 편지 속의 남도산이 되어 달라고. 하루 200만원짜리의 쏠쏠한 돈벌이를 제안하지만, 남도산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자신이 하루 편지 속 남도산이 된다면, 샌드박스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말을 꺼내는 남도산. 지평은 능력 밖의 일이라며 거절한다. 그러면서 삼산텍에 뼈아픈 말을 하고 가는데,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 후속 투자를 못 받은 곳은 네 곳이지만, 자신이 투자하지 않은 스타트업 중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한 개도 없다면서, 그들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샌드박스는 커녕 그 어떤 투자도 절대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그렇게 달미와 도산 앞에 크나큰 먹구름이 드리운 것도 잠시. 할머니가 사준 멋진 옷을 입고 샌드박스의 네트워킹에 향한 달미 앞에 멀끔한 수트를 입고,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한 도산이 나타나 마법 같은 배경 속에 인사를 건넨다. "많이 기다렸지"
둘의 마법과 같은 만남의 뒤에는 도산의 삼산텍에도 마법과 같은 일이 드리운다. 그들이 지원한 AI 이미지 인식에서 그들이 입상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코다는 극 중에서 전 세계적인 시상식인 것으로 보이고, 심사위원들은 전부 미국 샌프란과 실리콘벨리의 이름 꽤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들을 기대하는 한국계 심사위원의 등장으로, 부모님의 골칫덩이와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는 삼산텍의 반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극 중에서도 설명이 잠시 나오지만, 그 뜻은 Founder, Friends, Family or Fools) 다. 스타트업은 초기에 자금이 전무한 상태인데, 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통과하기 위한 초기 자금은 대부분 창업자들과 그의 친한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투자가 아니라 거의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통 일반적인 사업과 스타트업이 무엇이 다르냐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질적으로 업을 일으켜 회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비슷하고 큰 범주로 볼 때 스타트업이 사업의 한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결정적인 차이는 처음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한 상태이냐 아니냐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업의 경우에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동작해서 사업을 일으키면 매출과 성장곡선을 예측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는 그림을 만들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그것이 없다. 그런 아이디어로 이렇게 하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일단 유저가 100만 정도만 쌓이면 그다음은 또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하는 아주 대략적이고 어찌 보면 대책 없는 예측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극 중에 개발자 셋이 모여 만든 '삼산텍'이 그런 스타트업의 현실을 정말 잘 보여주는 경우 이기도 하다. 정부가 AI에 지원을 한다는 기사들로 세명의 친구(Founder, Friends)들은 1년 동안 이미지 인식 AI를 만들어내는데 가족(Family)의 돈으로 1년을 버틴다. 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완성된다고 해도, 당장의 그 어떤 수익과 사업적인 그림이 완성되는 것도 아닌, 그 첫 단계의 성공을 위해서 일한다. 그 대책 없는 헝그리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이 다른 사업과 다르게 가진 고위험을 뜻하는 형태임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1년 동안 아직 성과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샌프란시스코행 티켓을 예매하는 삼산텍의 개발자 3인이야 말로, 스타트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곳에서 출구가 나타나기만을 생각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며 고되다. 극 중에서처럼 가족들에게 못할 짓을 하기도 하고, 투자자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기세 미납으로 독촉장이 날아오는 상황 속에서도 목표로 한 그 무엇을 꾸역꾸역 만들어 내는 일. 그게 스타트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스타트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또 한 사람 등장한다. 바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서달미다. 그녀는 시대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아버지를 뒀고, 또한 그가 이루려던 꿈이 2020년에 정말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느꼈을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특히 부모님의 이혼으로 다른 선택을 한 것에서 그녀가 원인재에게 이겨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그녀에게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아버지를 선택하고, 그리고 아버지가 선택했던 길 때문에 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겨서 증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쓴 유명한 스타트업 서적 ‘제로투원’의 첫 번째 챕터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서 보면, 남들은 다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알고 있고, 특히 그것을 '중요한 진실'로 까지 믿는 사람을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보통 사회 통념과 반대되는 의견이고, 그런 것은 대부분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훌륭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만큼 그 사람이 미래를 잘 들여다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도 말하고 있다.
저 구절을 보면서 생각나는 드라마 스타트업의 등장인물은 누구일까. 그 옛 시절에 자신이 보이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달미의 아버지 서청명. 그리고 그것이 옳았던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달미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1년 동안 자신이 가진 개발기술로 세상에서 무엇인가 해보겠다 마음먹고 실행한 삼산텍의 3인도 떠오를 것이다.
여담으로 달미의 뛰어난 점이 2화에서 설명되었는데, JNK라는 팬들이 밀집된 카페에서 그의 BGM을 틀고, 그들의 언어인 '스밍' 을 언급하면서, 혼란했던 매장 상황을 단숨에 정리했고, 악성 CS에는 단호하게 대처했으며, 모두가 기피하는 그 난리 통속에서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최고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마도 달미의 이러한 능력이 나중에 그녀를 더 빛나게 할 순간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스타트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 내에 무엇인가를 증명하길 원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것을 증명하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항시 품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스타트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스타트업 2화에서는 드디어 모든 주인공들의 서로를 만나게 된다. 그 관계는 처음부터 불안요소가 내제된 만남이다. 달미가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도산은 사실 지평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투자자-CEO-개발자라는 스타트업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축으로 등장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게 될 것이고, 분명 15년 전 부터의 이야기들로 다른 감정도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 앞에 펼쳐질 이야기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