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스타트업> 3화 리뷰.
스타트업인이라면 모두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이 지도없는 항해. 스타트업은 시작과 동시에 매일매일 성장해야하는 굴레를 지니고 있다. 애초에 회사의 가치를 높게 책정하고,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받아서 굴러가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방면으로든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동력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지도가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도가 그려질 수 있는 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주. 아니 매일 수정해야하는 지도가 바로 지도가 아니듯, 스타트업은 그렇게 근 시일의 목표만을 설정한 뒤 그곳에 어떤 것이 나오든 일단 가야한다. 망망대해에서 이 쪽을 향하면 우리만의 황금섬 엘도라도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체 말이다.
하지만 지도가 없다고 방향과 목적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매일 생존을 걸고 대해를 헤메는 와중에 그래도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빙빙 돌아오는 일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왔던 길. 그리고 계속 나아갈 길에 대한 감은 꼭 필요하다. 극 중에 지평이 삼산텍에게 내린 가혹한 평가도, 바로 이런 방향과 목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겐 ‘턴오버’ 개념이 있다. 초기멤버들이 생각하기에 이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서라면 애초의 사업 아이템도 바꿔버릴 수 있는 선택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자금이 없다. 그래서 일단 소규모 자금으로 시작하며, 그것을 창업자들이 100에서 나눠갖는 방식이다. 그래서 투자를 받을 때에 만약에 이 회사의 가치를 10억으로 벨류에이션(산정)하고, 그 중에 10%의 지분을 투자사가 사들여서, 회사에는 1억의 자본이 생기고, 회사 지분의 10%는 그 투자사가 갖게 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다른 방식의 투자들도 있는데, 추후에 설명할 예정이다. )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스타트업에게 보통 텀시트를 주게 되는데, 지평과 도산의 대화에서 나왔던 이 텀시트는 실제 구속력이 있는 계약과 투자를 진행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문서를 말한다. 본계약(투자)전의 의향서 정도로 보면 된다.
인재-도산-지평의 대화에서 나온 라운드의 이야기를 해보자. 라운드는 투자의 진행 단계로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매 라운드마다 가치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보는데는 라운드 만큼의 중요한 지표는 없기 마련이다.
보통의 라운드는 시드투자-프리 시리즈-시리즈 A-시리즈 B 로 이뤄지게 된다. 앞에서 뒤로 갈 수록 기업의 가치는 증가했지만, 원래 회사가 가지고 있던 지분에서 많은 수가 투자자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후속투자를 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시드투자 단계에서의 투자자들은 보통 그 기업의 극초기에 이뤄지므로, 스타트업의 인력 구성과 아이템의 참신함으로 말 그대로 도박을 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엑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초기투자를 전문으로하는 (극 중에서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되면, 이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곳에서 투자하거나 3화의 제목인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게된다. 엔젤은 말 그대로 천사라는 것인데, 가능성만 보고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돈을 선뜻 투자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얼마나 고마우면 ‘엔젤’일까.
그래서 도산의 삼산텍이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재는 어떤 라운드인지를 물어본 것이다. 이 질문 하나로, 어느정도 전도가 유망한 회사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유니콘(가치가 1조를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이라면 벌써 많은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평이 말한 ‘프리 A’ 단계는 유니콘도 아닌, 그렇다고 애초에 별볼일 없는 회사도 아닌. 지금의 도산을 적당하게 꾸며주기 위한 거짓말로 안성맞춤이다.
매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창업자들의 지분율은 하락하게 된다. 라운드가 계속 진행되어 만약 스타트업의 지분율의 50% 이상을 투자사가 가져가게 되었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바로 이사회의 의결권이 창업자들이나 대표에게 없다는 이야기. 말 그대로 잘못하면 대표를 해임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투자는 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회사의 결정을 투자자와 창업자들. 즉 주주들이 함께 결정하기 때문에 신중해야하기도 한다. 여담으로, 최근에는 그래서 투자자보다 창업자들의 지분에 의결권을 더 부여해주는 ‘복수의결권’ 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여기서 극중에 원인재가 대표로 있는 네이쳐모닝의 지분율이 참 기이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의 지분은 어느정도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참석한 이사회 주주들의 수로 봤을 때 거의, 혹은 전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재의 아버지와 동생이 86%를 가지고 있다니 말이다. 인재가 단숨에 쫓겨 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기업의 지분은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 애초에 네이쳐모닝은 스타트업의 탈을 쓴 부의 대물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재는 이용만 당한 것이 타당하다. 애초에 지도가 다 그려진 항해를 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