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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가장 솔직한 서사

영화 '캐롤'을 보고

by 즁 필름

많은 평론가들이 좋다고 평했고, 또한 주위의 평도 좋았던 영화 '캐롤'을 조조할인으로 보았다. 집 앞에 이런 좋은 영화를 조조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한 그 영화가 만족스러운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의 포스터가 의미하듯. '두 여성'의 사랑의 이야기다. 그리고 아주 진솔한 이야기이다. 굳이 말하자면 별 5개 만점에 별 5개를 주고 싶다. 작년에 영화 'Her'를 봤을 때왜 비슷한 감상이 든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흥할지 모르는 소재이기는 하다는 것에서 둘의 공통점이 있다.


애초에 동성애의 이야기를 유난스럽게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당신에겐 이 영화는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 뻔하니까. 하지만 진지하게 '사랑'의 이야기를 보고 싶고, 다른 것보다도 그것을 강조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권하고 싶다. 이것도 영화 'Her'를 봤을 때와 비슷한 감상이다.


리뷰를 쓸 때 맨 위에 올릴 이미지를 고르는데 매우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매력의 색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보기에 맘먹었다면, 주인공인 '캐롤(케이트 블란쳇)'이 자주 입고 나오는 옷의 색을 유심히 잘 지켜보기 바란다. 그녀의 미모만큼이나 매우 주목하게 된다. (심지어 평소 내가 싫어하는 모피코트 까지도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나는 영화의 촬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촬영은 매우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 서로를 그릴 때 사용되는 촬영과 둘의 사랑을 보여주는 촬영은 명백하게 달랐다. 그리고 어설프게 둘을 한 화면 안에 잘 엮지 않는다.


아주 솔직하지만, 그래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던 모습들을 여과 없이 잘 보여준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번 꼭 보고 싶다. 그만큼 곱씹어 볼만한 영화이고, 블루레이로 사서 보관하고플 좋은 영화다.


음악도 아주 예술이다. 영화를 볼 때 참 신경 쓰면서 볼만한 곳이 바로 영화음악인데. 피아노 베이스의 선율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쫀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공포영화를 볼 때에 소리 없이 영화를 보면 별로 무섭지 않다고 했던가, 이 영화에서는 사랑에 꼭 들어가는 갈등적 요소가 있을 때마다. 혹은 둘의 사랑을 심도 있게 표현하고 싶을 때 음악의 힘을 많이 빌린다. 나중에 OST를 구입해서 따로 듣고 싶어질 정도. 영화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음악의 출입이 이채롭다.


그래서 찾아보니, 역시 이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 음악, 의상, 여우 주조연'에 각각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럴만한 영화이다. 두 주인공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여성이었고, 서로에게 끌렸다. 그 사랑을 풀어내는 방식도 매우 깔끔했으며, 사랑하게 된다면 정말 공감이 갔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를 보는 눈빛으로 수많은 대사를 압도하게 하는 영화였다. 누군가에게 그런 눈빛을 받아보는 것. 정말 축복일 거다.


이제 상세적이거나 기억나는 지점들을 보면서, 영화를 리뷰해봐야겠다.

포스터 아래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R678x0-2.jpeg 개인적으로 왜 이 이미지를 포스터로 골랐는지 잘 모르겠다. 케이트의 미모를 죽이는 포스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을 대사, 장면, 소재로 정리해보았다. 그 외 수많았던 좋은 점들이 많이 숨어있지만, 그렇게 다 쓰기엔 내 필력도 달리고, 또한 한 번본 영화를 그렇게 속속들이 다 기억해낼 수 없는 내 두뇌를 한탄한다. 다른 리뷰를 많이 보고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온전히 내 감상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했다. 대사의 영문 번역 관련은 어쩔 수 없이 찾아보았다. ㅠㅠ


1. 대사

Flung out of space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

이 영화의 가장 중심이 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가장 있는 그대로 표현한 대사. 사실 나는 영어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신이 없다. 우리나라말 번역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라고 번역되었다. 이 말은 처음 캐롤과 테레즈가 식사를 할 때 처음. 그리고 그 뒤에 둘의 베드신에서 나오는 2번의 대사이다. 저 말의 영어는 과연 무얼까 검색해봤는데, 역시 처음부터 번역가의 후기가 나와서 그대로 링크 건다.


사실 나는 영화가 둘의 사랑이라는 걸 알았지만, 둘은 과연 어떻게 사랑으로 이어질까? 누가 먼저 표현할까? 가 매우 궁금했다. 둘은 처음 테레즈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림을 직감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장갑을 찾아준 테레즈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만난 그 자리.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약간 알지만 수줍게 식사를 이어간다.


그러다 약간은 뜬금없이 저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흔히들 사랑하며 반하는 이야기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갑자기 일순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그런 경험을 대사로 표현한 가장 멋있는 대사가 아닐까 한다. 캐롤은 자신의 사랑을 참지 못하고 바로 그렇게 얘기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저 앞에 한 단어가 추가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My Angel Flung out of space'


내가 영어를 잘 알지 못해서, 저 문구의 그 이상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번역가의 고민에서도 느낄 수 있듯, 멋진 대사이다.


'테레사가 아니라 테레즈?', '성이 특이하네요'

위에 'Flung out of space'라는 대사를 하기 전의 일상적인 이야기 중에 나왔던 대사. 사랑하거나 관심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성이나 이름을 특이하다고 느끼지만 얘기할 필요는 없다. 묘한 동경의 대상처럼 캐롤이 끌리는 테레즈였지만, 확실히 당김의 강도는 캐롤이 훨씬 원하고 있음 보여주는 단적인 대화 패턴들.


극 중 테레즈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여자였고, 캐롤은 이미 아이도 있는 굉장히 부유한 여자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차원안에서는 사실 테레즈가 더 우위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대화에서, 난 그렇게 느꼈다.


2. 장면

이 영화에서의 촬영은 따로 글로 써질만큼 많을 듯하다. 하지만 난 그럴 능력이 없다. 각 잡고 영화를 봤지만 사실 그 장면을 바로 옆에 틀어놓고 리뷰를 쓰지 않는 한, 그 느낌을 온전하게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꼽아보라면, 그럴 수 있을 듯하다.


영화 초반부에 테레즈와 캐롤이 한 호텔에서 만났을 때에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그 둘을 방해한다. 그러고 나서 둘은 헤어지고, 테레즈는 김서린 자동차 안에서 캐롤를 바라본다. 뒷자리에서 흐릿하지만 그 눈은 멀리 있는 캐롤을 단숨에 알아채었다.


이 장면은 후에 영화의 최종 후반부에 다시 한번 나온다. 하지만 의미가 많이 달랐다. 그 만남이 어떤 만남이었는지를 알게 된 거였으니까. 그 만남은 캐롤의 다시 한 번의 고백이 있은 직후였다. 아이의 공동양육을 포기하고, 단지 사랑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 용기 있게 함께하자고 고백하며, 사랑한다고 말한 캐롤. 바로 그 뒤의 장면에서 테레즈는 창문 사이로 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사랑하고 있다' 라고. 둘의 대화에서 캐롤의 마지막 'I love you.' 대사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흡사 '심쿵'했을 꺼라 확신한다.


이렇게 자동차 안에서의 창문으로 상대방을 보는 장면은 한 개 더 있다. 캐롤이 사랑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으며, 양육권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뉴욕타임즈에 자리를 잡았다는 테레즈의 소식을 듣고 오는 택시 안에서 테레즈를 우연히 보았을 때의 그 장면. 그 장면에서도 어찌 보면 발견하기 힘들지 모르는 상대방을 역시나 찾아서 응시한다. 창문 사이로 각각 두 주인공이 다른이를 발견하고 눈을 못 떼는 것에서 느낄 수 있다. 그 둘은 서로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영화 안에서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유독 둘이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리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설렘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캐롤을 찾아낸 테레즈. 그리고 그런 테레즈를 발견하면서 미소를 보여주는 캐롤. 멋진 엔딩이었다.


3. 소재

역시나 카메라가 아닐까? 테레즈는 사진 찍는걸 좋아했지만, 도통 사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친구(남자 놈)에게 듣게 된다. '사람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봐'


그 후에 테레즈가 찍은 사진을 현상하는 장면에서 나오듯, 테레즈가 정말로 제대로 사람을 찍은 사진은. 오로지 캐롤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의 집으로 초대받았을 때에 트리를 사는 장면을 무심결에 촬영한 테레즈. 그 카메라와 사진은 뭘 의미하는 걸까. 테레즈의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그리고 캐롤을 보면서 느끼는 경외심은, 바로 그 카메라와 사진을 통해서 나타는게 아닐까 한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잘 찍지 않았던 그녀. 좋아는 하지만 먼저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테레즈. 하지만 캐롤은 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산타모자'를 예로 들고 싶다. 영화에서 처음 캐롤과 테레즈가 만났을 때 테레즈는 그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예쁘지만, 어떻게 보면 '경영진이 선물한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쓰여지길 강요되는 그 모자는 캐롤은 예쁘다며 칭찬한다. 사랑이 뭐 그런 거 아닐까? 무엇을 머리에 하던 그게 중요할까. 그걸 쓰고 있는 그 사람이 중요하지. 위에 언급했던 이름과 성이 특이하다는 것과도 통한다. 물론 실제로도 테레즈는 예뻤고, 그 모자도 잘 어울리긴 했다


마지막으로 '소재'라고 표현해서 약간 미안하지만, 영화 안에서의 '남성'은 다들 비슷하게 등장한다. 캐롤을 사랑하지만 양육권의 우위와 혹시나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등장하는 남편 '하지' 그리고 2주만 있으면 울면서 돌아올 거라는 테레즈의 남자 '리처드', 뉴욕타임즈에서 일한다며 키스하는 '그 놈(이름도 기억 안난다)'까지. 주로 나온 출연 남자들은 이 영화에서 유독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은 사랑을 사랑으로만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소유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욕구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 두 여성의 사랑과의 대조점을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가장 좋은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도 많이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ㅠㅠ)


사실 나는 게이나 바이도 아니고, 그들의 사랑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연애로 옮겨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면 '이성'의 사랑이 어느 지점에서는 현실적인 갈등을 가지고, 나름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제도에 묶이고, 영화 안에서처럼 뭔가 소유하거나 승복해야만 풀리는 이상한 사랑이 많다. 영화는 그것은 사랑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혹은 이성의 사랑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지도.



결론.

나는 이 영화를 꼭 한 번 다시 볼 것이다. 극장에 가서 보든, 아니면 블루레이로 집에서 보든 말이다. 영화는 여성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조심스럽지만 서로에게 다가가고, 둘은 서로 많이 달랐지만 같이 여행한다는 이야기로 둘을 자연스럽게 엮었다. 베드신에서의 섹스는 그 어느 누구의 사랑보다 더 농염했고,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눈빛은 정말 서로를 절절하게 사랑함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현실의 벽이 있는 사랑이지만, 그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울리기에 충분했다.

사랑에 대한 가장 솔직한 서사. 캐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대사 인용 : Flung out of 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