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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May 30. 2021

 남보다 못한 가족, 가벼운 그 말 한마디

 대화의 시작은 동생의 안부였다. 작년에 크게 아팠던 동생이 이제 괜찮은지를 묻던 차에, 갑자기 돌아가신 내 아버지 이야기를 가벼이 던진다.

 “너희 아버지도 뇌출혈로 돌아가셨잖아. 가족력이야.”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거의 삼십 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아빠의 죽음이 저렇게 가볍게 나오다니 기분이 상했다. 가족이고 어른의 말이다. 아무런 말 못 하고 그저 다른 곳을 쳐다봤다. 너무 가볍게 들리는 말이 내 마음에서만 무거운지 지나가지 못하고 마음 끝에 매달려 있다.

 언젠가는 친척으로부터 아빠의 죽음을 엄마를 탓하는 말도 들었다. “너희 엄마가 아빠를 들들 볶았잖니?” 그날은 분해서 잠을 못 자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가벼이 던지는 말이었을까? 가족이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위한다며 건네는 무수히 많은 말 가운데는 나쁜 속내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잘 들렸다. 친척이, 가족이 남보다 못한 순간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가벼운 그 말 한마디, 가족에게 듣게 되어 더 서운하고 속상하다. “그렇게 예민해서, 니 앞에서 무슨 말을 하겠니?”라는 비난이 두려워, 당사자에게는 아무 말 못 하고 영문도 모르는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할 테지만, 마음 끝에 걸린 그 말 한마디를 기어이 잡고 몇 번을 들여다본다. 아파서 그런다. 혹시 수다스러운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을까? 가벼이 아픈 말을 던졌을까? 복수하고픈 마음을 반성으로 돌려 본다. 맷돌처럼 무거워 잘 돌아가지 않는 마음을 애써서 돌려본다.

수련이 예쁘다. 마음의 수련도 이처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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