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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Jun 05. 2021

열 살, 아들의 생일

 한 달 전, 딸의 생일에는 전날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무래도 딸을 보면 내가 보이고 나의 엄마가 생각나고, 만 가지 감정이 일어난다. 그런데 아들의 생일은 어떤가. 놀랍도록 평온한 엄마는 아들이 원하는 생일선물을 날짜에 맞추어 준비한 것에 안도할 뿐이다. 귀여운 너를 덜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지금 아들의 나이보다 한 두 살 많았을 때, 같은 반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앞머리가 가지런하게 내려오고 눈이 동그랗게 귀여운 친구였다. 그 아이도 내가 좋아져, 둘이 마음이 오가던 짧은 시간이 있었다. 짓궂은 내 친구가 학교가 끝나고 그 남자아이를 불러 물었다. “너 지영이가 좋아, 엄마가 더 좋아?”, 정말 닭살 돋는 유치한 질문이다. 남자아이는 “당연하지!” 답했는데, 나도 속으로 ‘당연히 엄마가 1순위지.’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 지영이가 더 좋지...”라고 덧붙였다. 얼굴이 빨개지며 나는 좋아했을까? 아니, 내 어렴풋한 기억에도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니 엄마가 불쌍하다.’라고 당황했었다. 아들이란 이런 걸까? 추억 속의 에피소드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주위의 남자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넌 미래의 며느리의 남편이지, 내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용기는 없다. 아직은 엄마 품 속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아들이니까.

 딱히 밀어내듯 아들과 거리를 두지 않아도, 친구랑 놀기 바쁜 아들이라 어느 날에는 하루 종일 못보다 잠자기 전 꼭 안아주는 순간만이 너랑 가까이하는 유일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일이 잘 안되면 “엄마 때문이야!”하고 짜증을 낼 때, “그런 말은 하지 마. 엄마 덕분이라는 말만 해줘.”라고 굳이 고쳐준다. 잘 받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엄마가 바다처럼 모두 다 받아주면 좋으련만. 쑥쑥 커서 엄마의 품을 떠날 날을 엄마만 잘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지? 열 살 너의 생일부터 해도 너무 이른 건 아닐 거야.

게임이 그렇게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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