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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ung Nov 08. 2024

첫 띵플러, 여기서 퇴장합니다

7년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며

어제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나가서 짐 정리를 하고,

오늘 원격으로 모든 업무 및 인수인계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띵플에서의 7년 4개월을 추억으로 남기고,

띵플 첫 직원, 첫 띵플러 이지영은 여기서 퇴장합니다.


정말 긴 시간을 보냈고, 사랑해 마지않던 직장인지라

떠나는 마음을 회고로 남겨보려 합니다.



#띵스플로우

흐름에 몸을 맡기고


띵플에서의 7년을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띵스플로우였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그때 그때 주어지는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보낸 기간이었고, 돌이켜보면 그래서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아요.


2017년 7월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입사하여, iOS 개발자, PM 등 여러 직무를 거쳐 PO 역할로 자리 잡게 된 것이 2020년 10월의 일입니다.

합류하고 3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맡았던 직무만 4가지였던 셈이에요.
이러니 제가 흘러가는 대로 변화한 것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요.



#성장경험 #아쉬운경험 #배움

그럼에도 흘려보낼 수 없는


직무만큼이나, 맡은 서비스도 변화가 많았습니다.

같은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변화하기도 했고, 맡은 서비스 자체가 변경되기도 했어요.

직무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그 수많은 변화 중에서도, 회고에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몇 가지 있습니다.


#리더 혹은 매니저, 그 사이

PM을 처음 맡았을 때는, 정말이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오고 막막했어요.


하지만 곧,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그러려면 각 팀원들의 역량을 알고, 업무를 알고, 프로젝트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지, 방해요소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당시 작성한 회고록에서 발췌


그때부터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제가 PM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추려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작성한 회고록 [PM이 뭔가요?: 우당탕탕 초보 PM 적응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일련의 경험 속에서, 결국 매니징이라는 업무의 핵심은 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곱해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깨달음은 이후 제 직무가 변경되고, 매니징해야 할 팀원과 범위가 늘어날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룹장 롤을 수행할 때에도, 결국 제 머릿속은 아래의 질문으로 귀결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을,
이 수많은 업무들을,
이 크고 작은 성과들을,
더하는 것이 아닌, 곱할 수 있을까?



#데이터로 곱하라

PM 이후, 그룹장 역할을 수행하며 가장 고심했던 문제는 '데이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데이터의 가시성'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개발자 출신이라 쿼리를 알고, 헬로우봇 앱을 혼자 개발해서 이벤트 구성을 알고 있던 저는 빅쿼리로 데이터를 보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쿼리도 짤 수 있고, 이벤트 택소노미도 모두 알고 있다 보니 제가 보고자 하는 데이터를 뽑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죠.


문제는 팀원들이었습니다.

당시 띵스플로우에서는 GA 외의 데이터 분석툴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자연히 쿼리를 모르는 팀원분들은 GA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GA가.. 주력 분석툴로 쓰기에는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게 당시의 고민이었습니다.


데이터를 자주 보고, 데이터를 일에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론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절대적으로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해도 바쁜 업무 틈바구니에서 데이터를 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 정의를 확실히 하자, 해결은 간단했습니다.

대시보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적당한 대시보드 툴을 리서치했구요.

가장 처음 대시보드에 추가한 차트들

클립폴리오라는 툴을 선정하여, 가장 핵심지표부터 시각화를 시작해 나갔습니다.


좌측부터 CRM 대시보드, 채널/캠페인 별 구매 기여 Lask Click 대시보드, 마케팅 KPI 대시보드

과정에서 어트리뷰션 툴이나 CRM 툴의 데이터를 빅쿼리로 모아 데이터 웨어하우스 비스무리한 걸 구축했고, 마케팅 툴의 API를 활용하여 광고비 대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좌: 스킬별 판매 지표 차트, 우: 프로덕트 KPI 대시보드

나중에는 전체 그룹용과 콘텐츠 팀, 마케팅 팀, 프로덕트 팀 등 팀별 대시보드도 제작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시각화하여 볼 수 있도록 세팅했습니다.


팀원들의 반응은 너무나 좋았고, 예상대로 모든 팀원들이 대시보드를 보고 업무 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논의하니 회의 효율도 높아지고, 업무 지시나 액션 플랜도 간결해질 수 있었어요.

당시 만들었던 클립폴리오 대시보드는, 이후 데이터 엔지니어분이 합류하시고 데이터팀이 제대로 꾸려지기 전까지 아주 훌륭한 땜빵 역할을 해줬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원래 이 글에 다 소개하고 싶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추가적인 레슨런에 대한 부분은 별도 시리즈로 발행하려고 합니다.

회고의 중요성 등 꼭 정리해두고 싶은 사례가 많아요.


제가 정리한 띵스플로우에서의 배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



#헤어질결심 #운명 #도전

이제는 다른 흐름을 타고


띵스플로우는 제게 정말 소중한 곳입니다.

7년 4개월이라는, 인생 최장 단체생활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띵플과, 띵플의 동료들, 띵플의 서비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런 띵플을 떠나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22살 무렵부터 함께한 제 버전의 운명론이 있습니다.


#다음 스텝으로

저는 운명론자입니다.

혹자는 운명론자라는 말을 들으면, 그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이 운명을 찾아가느냐 묻습니다. 운명이라는 말로 누군가의 노력을 덮어버리지 말라고 하기도 하구요.

하나 제가 믿는 운명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운명이란 큰 흐름일 뿐이고, 삶의 주체자인 제가 제때 물꼬를 터줘야만 제대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제가 믿는 운명론입니다.

물꼬를 트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 될 수도 있고, 평소에 꾸준히 쌓아온 노력이 될 수도 있겠죠.

"파도를 가르는 서퍼처럼, 빅웨이브를 타고 흘러가자" 는 띵플의 슬로건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저에게 있었던 많은 일들 -이 글에서 밝히긴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들- 이, 제게는 제 인생에 찾아온 또 다른 큰 흐름으로 느껴졌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제게, "이제 띵스플로우에서의 여정을 종료하고, 인생의 다음 스텝을 향해 나아갈 때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제게는 곱씹을수록 꽤나 확신이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저는 감정적인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선택지를 고르곤 합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따져서는 어떤 선택도 후회를 남기리라 믿기 때문인데요.

적어도 그 순간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선택을 하고,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회를 최소화하는 저만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운명의 흐름을 느꼈을 때, 내 인생이 변화할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리고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지금 다시 도전해야지만, 내 아쉬움이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퇴사를 결심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셨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의 계획이 없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최대한 많은 인풋을 받으며, 많은 경험을 해보려 하고 있고

개발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경험해보려고 해요.


그 어떤 가능성도 닫아두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세상이 바라는 제 역량이 어떤 것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해서입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아시는 이야기지만, 저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어느 하나에 뾰족하지 못한, 뭉툭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뭉툭한 만큼, 뾰족한 사람들보다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띵플에서도 그야말로 필요한 일은 다 해내는 역할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이구요.

뾰족한 펜과 달리, 뭉툭하지만 보다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크레파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제게 주어질 수 있는 그 어떤 역할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싶습니다.

그러다 좋은 팀을 만났을 때, 그곳에서 원하는 역량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라요.


띵스플로우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좋은 서비스, 좋은 동료들과 함께 정말 과분하리만치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요.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높은 소속감과 애정 때문인지, 시야가 좁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이직처를 알아보기보다 많은 사람들, 많은 팀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저라는 사람에게, 혹은 제가 그려온 제 이야기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커피챗 요청 주시기 바랍니다.


한동안은 한가할 예정이니,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만나 뵈러 갈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ingsflow are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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