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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는 남자의 삶

부산에서 힙겹게 밥 먹고 사는 노총각 이야기#2

by 광안리등킨도나쓰
광안리에 갈매기가 다시 돌아왔다

첫 사수 김 과장님


부산에서 다시 시작하면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허상이고 신기루였다. 나만 열심히 하고 잘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쟁자였다. 경쟁자... 문득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당시 나의 첫 사수가 떠올랐다. 김 과장님은 아침 7시 마다 영어 수업을 듣고 출근을 했다. 당시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던 과장이었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였다. 그래도 과장인데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다니... 하지만 첫 사수 김 과장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침 7시에 영어 수업을 들어야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역시 부산에서 새롭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매년 마다 취업 시장으로 나오는 취업 준비생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첫 직장에서 더 버텼어야 했는데, 이미 퇴사하고 나와서 깨닫는 점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김 과장님 왜 저에게 말해주지 않으셨나요... 하~


같은 학교 같은 과


한번은 해운대 센텀에 있는 마케팅 회사 면접을 갔다. 대략 10명 정도의 남녀가 면접을 위해 검은 정장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도 풀어볼 겸 말을 잘 받아 줄 것 같은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몇마디 나누다 그 여자는 내가 나온 모교의 같은 과 후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학교 생활을 했던 학번은 아니였지만 선배로서 후배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같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기다리는 현실이라니...짧은 순간 쪽팔림을 느꼈다. 그런데도 그 당시에는 취업을 해야 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서 인지 그 느낌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윽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1:1 혹은 3:3 정도의 면접 인 줄 알았는데, 10명이 동시에 들어가 대표이사라는 놈과 집단 토론을 하는 이상한 면접이었다. 역시 채용공고부터 이상했었는데... 나의 느낌은 항상 빗나가지 않았다. 면접 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심지어 문자도... 과연 누가 뽑히기나 했을까? 사람인 채용공고에서 그 회사 이름을 검색하자 내가 봤던 똑같은 공고가 또 올라와 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


방금 글을 쓰다 한 여자가 불현듯 생각났다. 센텀 마케팅 회사 면접장에서 봤던 빨간 원피스녀. 면접자들 사이에 눈에 띄는 새 빨간 원피스를 입고 온 여자가 있었다. 그것도 몸에 딱 달라 붙은 원피스. 게다가 입술까지 새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검은 정장 사이에 빨간색 원피스녀는 더욱 돋보였다. 그녀는 다른 면접자의 이상한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걸음 걸이는 매우 당당했다. 당시 내가 느낀바로는 자신의 유혹적인 피지컬로 이 회사에 당당히 입사하겠다는 대담한 포부가 느껴졌다. 대표와 함께 하는 이상한 집단 토론을 끝내고 유유히 사라지던 빨간 원피스녀. 과연 그녀는 입사 했을까? 근데... 이게 왜 갑자기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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