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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는 남자의 삶

부산에서 힘겹게 밥 먹고 사는 노총각 이야기#1

by 광안리등킨도나쓰
어느덧 부산의 랜드마크가 된 광안대교

부산에 산다는 느낌


나는 부산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 남자 사람이다. 2020년이 되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1년이다. 새해가 바뀌면 드는 생각. 나이는 먹어가고 제대로 해 놓은 것은 없다고 항상 느낀다.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올해는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느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특히 부산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감정을 많이 느낀다.


부산의 슬로건인 '다이내믹 부산' 하지만 부산은 이미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잃어버린 지 오랜 것 같다. 관광지로써의 위상은 다져지고 있지만 대기업이 거의 없고 중소기업과 물류 항만만이 남아 있는 부산에서 밥 벌어먹고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운 좋고 부산에서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을 최근에 다시 구해서 겨우 밥벌이만 하고 있는 신세다.


부산 남자의 밥벌이, 첫 직장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산에서 남자가 밥벌이 하기 정말 쉽지 않다. 왜인지 그 이유를 이제부터 차근차근 귀납적 방법으로 설명해 볼까 한다. 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5번의 직장을 옮겼던 경험이 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 후배들이 대기업을 위해 열심히 취업을 준비할 때 나는 내 능력에 맞는 곳에 가자고 생각을 했고 운이 좋게 부산의 한 교통카드 회사 마케팅 담당자로 사회의 첫 발을 디뎠다. 회사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을 때즘 갑작스레 서울로 발령이 났다. 서울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허나 서울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었다. 부산의 직장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생활면에서는 힘든 점이 더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서울 직장 생활을 한다는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마케팅 업무로 들어 갔는데, 실상은 영업 지원직에 가까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규모의 회사들의 마케팅 업무는 영업계약을 포함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여러가지 사건들이 더해지고 회사의 업무에 흥미를 잃은 나는 다시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아 물론 퇴사를 하게된 결정적 이유 중에는 연봉이 매우 낮은 것 또한 큰 영향을 줬다. 만약 연봉이 금융업계 평균 비슷하게만 맞춰 졌더라면 퇴사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튼 여차저차 해서 1년간의 첫 직장 그리고 서울 살이를 마치고 다시 부산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결심을 내렸다.


다시 부산으로...


2013년 1월 다시 부산으로 왔다. 군생활 2년을 제외하면 한번도 떠난 적 없던 나의 고향, 부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1년만에 온 건 아니지만 다시 부산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즐거웠다. 내려오자 마자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자발적 퇴사자의 여유를 즐겼다. 자발적 퇴사기 때문에 실업 급여는 없었다. 1년 퇴직금 230만원으로 사고 싶었던 통기타와 자전거를 샀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한달도 안되서 절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가고자 했던 금융권은 서류통과 조차 되지 않았다. 1년의 경력은 경험이었다. 이력서에 적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물론 무경력자들 보다는 낫지만 오히려 갓 졸업한 새내기 보다 못한 메뚜기 처럼 보였을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1년의 경력으로 금융권 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결정이다. 이후 공기업과 교직원 쪽으로 눈을 돌려서 취업 준비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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