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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지구의 빙하기

살아 남기 위해 유일한 전력생산 지역으로 몰려든 사람들 이야기#2

by 광안리등킨도나쓰

#인트로


몹시 춥다. 손과 발이 떨리며 윗니 아랫니가 부딪힌다. 군대에서 겪었던 추위보다 더한 추위를 내 인생에 겪을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나의 입김이 하얗게 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떠올려보았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작은 지진이었던 것 같다. 그래 불의 고리, 뉴스에서 자주 나왔던 단어가 바로 불의 고리였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앵커들은 뉴스화면에 나와 불의 고리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대부분의 휴화산들이 활화산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윽고 대기와 만난 화산재들은 두꺼운 구름 띠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태양을 가리며 지구에는 소빙하기라 불릴만한 온도 하강현상이 나타났다. 생각해 보니 소빙하기가 발생하기 전 부산과 경주에서 규모6이 넘는 지진이 수차례 발생했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지구의 빙하기가 찾아 온다는 징조들이었다. 더 거슬로 올라가면 2016년 갑자기 엄청나게 더웠던 여름이 생각났다. 지금과 달리 2016년 여름은 너무 더웠다. 비도 거의 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부산의 날씨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마 이때부터 지구의 빙하기가 시작되는 조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과학을 좋아했지만 공부는 못했기 때문에 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부산에서 36년간 살아온 나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 후 나의 머리에 입력된 정보는 자칭 전문가라 칭하는 유튜브 영상과 재난 영화를 본 것이 전부였다. 계속해서 고민하던 중 몇년 전 뉴스에서 보았던 부산 기장의 고리 원전이 생각났다. 고리 원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다. 오랜 가동으로 중단된 시설이었지만 이곳에서 얼어 죽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이면 고리원전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일단 급하게 짐을 싸려고 가방을 꺼냈다. 그곳엔 이미 지진을 대비해 싸둔 비상용품들과 간편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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