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한 차주의 당당한 태도 그리고 계속되는 마주침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는 기계식 주차장에 72대, 자주식 주차 구역은 7대가 있다. 그런데 자주식 주차 구역 중에서 4대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다. 자주식 주차 구역은 웬만하면 주차가 불가능 하기에 자주식 주차장에 주차한 차들의 차종과 번호판들을 대부분 알고 있다.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와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있었다. 차량이 출고 되는 동안 시간이 남은 나는 주차장을 한번 쓱 둘러 봤다. 이상하게 그날 따라 장애인 구역에 주차된 베이지색 구형 소울 한대가 눈에 들어 왔다. 차량 앞으로 가서 장애인 스티커가 없는 것을 확인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마트 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었다. 뒤를 돌아서 차가 출고 되고 있는 기계식 주차장으로 가려는 순간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사진 왜 찍으세요?"
30대 중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 나를 째려 보았다.
나는 내심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찍었던 것 뿐인데 이상하게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 반발심으로 말했다.
"신고하려구요."
여자는 다시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잠시 주차한거예요, 신고하실거예요?"
불법 주차한 여자가 너무 당돌하게 나오는 나머지 또 반발심이 들었다.
"생각해 보고 신고할게요"
그러자 씩씩대며 대답 없이 차량에 탑승했다.
여자는 비상 깜박이를 키며 베이지색 구형 소울을 몰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자가 사라지고 기계식 주차장에 나온 나는 차에 탑승해 시동을 걸었다. 잠시 생각해 보았다. 방금 일어난 상황이 어떤 것인지 곱씹어 보았다. 아니 다시 생각해 봐도 조금 황당했다. 물론 내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 사진을 찍은 것을 차주에게 들킨게 실수이긴 한데. 잘못 한 것은 그 여자였다.
엑셀을 밟고 기계식 주차장을 빠져 나와 직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순간 장애인 구역에 불법 주차했던 베이지색 구형 소울과 똑같은 차량이 보였다. 설마 나를 따라 오지는 않겠지. 차량을 몰고 직장에 거의 다달았을 때 즘 무심코 백미러를 보았다. 백미러에는 설마 했던 베이지색 구형 소울 차량이 내 뒤를 바짝 좆아서 운전하고 있었다.
"저거 미친년인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과 함께 욕설이 튀어 나왔다. 흡사 스릴러 영화에서나 벌어질법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순간 내가 잘못한 건지 저 여자가 미친 건지 헷갈렸다. 다행이도 베이지색 구형 소울은 내가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대기 차량 쪽으로 빠지자 사라졌다. 여자가 분함과 복수심에 못이겨 나를 따라 온 것인가 아니면 우연히 같은 동선으로 겹친 것인가.
다음날 아침 8시 똑같은 시간에 베이지색 구형 소울이 보였다. 이번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뒤좌석에서 데리고 나왔다. 아마도 오피스텔에 부모님이 그 여자의 아기를 대신 돌보아 주는 듯하다. 서로를 쳐다 보지는 않았지만 약간 의식은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음날 아침 8시 또 베이지색 구형 소울이 보인다. 그 여자가 차량에서 내리더니 나에게 매섭게 말을 걸어 왔다.
"저기 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은 신고 안하시나요?"
여자는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와 함께 도발을 해왔다. 아침부터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그날 아침 사건으로 내면에 나를 향한 많은 분노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또라이인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직도 일주일에 3일은 그 여자와 불편한 마주침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