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정리한 것들
이직은 나에게 꼭 필요했다. 3년차가 되던 해부터 현타가 왔다. 업무 강도는 낮았지만 단순했고 전문성이 없었다. 내가 하는 업무들은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했고 결정적으로 급여가 낮았다. 또한 어차피 계약직이기에 5년을 채우면 이직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되도록 5년의 경력을 채우고 이직하고자 결심했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2023년 10월 오후 갑작스레 한통의 전화가 왔다. 계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전화내용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생활문화센터 사업을 종료하고 문화도시 사업으로 내 인건비를 전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2개월 남짓한 기간에 계약종료 통보를 받고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틀어졌다. 하지만 갑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2개월 동안 담당했던 생활문화센터 운영 업무에 대해 정리했고 인수 인계서를 작성했다. 페인트칠을 하기도 전에 왔던 센터였고 다양한 일들을 겪었던 곳이다. 하지만 막상 떠나야 한다니 뭔가 시원섭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