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쿼카의 디깅 모멘텀

by 재연


디깅 모멘텀.


최근 밀리의 서재로 읽고 있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나오는 용어로, 2022년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2023년에도 지속될 하나의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마 환승연애 2를 보면서 촉발되었을 ‘과몰입’. 매주 금요일 4시, 환승연애 새 에피소드가 나오는 날이면 내가 일반인의 복잡다단한 연애에 이렇게까지 열을 올린다고? 할 정도로 흠뻑 빠져 거의 마블 영화급 길이의 러닝타임도 순식간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마블이 나와서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요즘 유행하는 단어는 바로 ‘세계관’. 시리즈 영화물이 구축하는 세계관은 물론이고 이젠 아이돌 가수까지 지독한 세계관을 만들어 팬들을 과몰입시키는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트레드 코리아 2023은 이 과몰입이라는 단어의 ‘과’ 자가 주는 부정적인 의미를 덜고 동일한 의미로 ‘디깅’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굴을 파듯이 어딘가에 몰입해 계속 추구해나간다는 의미에서 ‘디깅’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모멘텀이라는 단어는 움직임이라는 뜻이고, 최근에는 ‘특정한 사건이나 주가의 흐름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 혹은 전환점’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이 책은 ‘디깅’과 모멘텀’을 합쳐 단지 깊은 취미생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이 곧 자기의 정체성이나 효능감, 더 나아가서는 행복을 찾는 계기나 전환점을 뜻하는 하나의 구절을 만들었다.


트렌드의 분석을 무려 400페이지 넘게 해 놓은 이 책이 이런 개념을 소개하다니, 확실히 ‘덕질’, ‘오타쿠’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여기던 행동들이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음을 느낀다. 나만 해도 몇 년 전까지는 색안경을 쓰고 ‘저 사람은 분명 뭔가 어딘가에 결핍이 있어서 저렇게까지 하는 걸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잘 아는 사람, 그래서 부러운 사람이 됐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다 아는 것 같다가도, 막상 내가 어떨 때 행복한 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책에서 아예 명명도 해줬겠다,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해 줘야겠다. 취미에 이렇게까지 투자해도 되나, 좀 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조금 뒤로 보내고 내가 ‘행복하다’ ‘살아있다’라고 느끼는 시간을 포착해 그 시간을 더 늘려봐야겠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결국 나 혼자 좋아하고 거기서 끝나도 내가 행복했으니 그만이다. 운이 좋으면 거기서 또 다른 곳으로의 길이 열릴 수도! 내가 행복해하는 순간들을 파고들면 최고의 경우엔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최악엔 행복한 쿼카가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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